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 낙화 > 이형기
His 제이
2025. 1. 9. 22:03
낙화洛花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던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시인 이형기(1933 ~ 2005)

지금, 당신은 가야 할 때입니다.
이를 분명히 알고
보여 주십시오, 아름다운 뒷모습을.
당신이 만들어 낸 혼돈은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지키고 싶은 자리를 양보하고
더 많은 이를 생각해 주십시오.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부디 꽃답게 죽으십시오.
그러면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짓밟힌 이들의 숭고한 용서 안에서.
-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