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는 금물
어릴 땐 특히 비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순간들이 여럿 있는 것 같다. 성적으로 등수가 매겨지는 학교에서나, 연습생 때처럼 말이다. 옆 친구와 실력을, 연습 시간을, 상대방이 갖춘 능력치를 계속해서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상황 속에서 결코 우리는 저울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나도 어릴 땐 세상이 그런 경쟁사회라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기 때문에 연습생 생활을 잘 버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내 안의 중심이 단단해져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집단생활이 많고 학교에서 알려주는 대로 따라야만 했던 10대 때와 달리 , 20대 그리고 30대를 맞이하면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걸 느낀다. 그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면 금세 비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쉽다.
게다가 가수들은 상하좌우로, 컷 대 컷으로 영상까지 나란히 비교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거의 내 모습과 비교 대상에 놓일 때도 있고, 타인과 대조군이 될 때도 있다.. 이때 마음을 잘 케어하지 못하면 내 자신이 너무나 작아 보이거나 초라하게 느껴지는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렇게 속으로 되뇌어도 비교라는 것에서 100퍼센트 멀어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 역시 비교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건강하게 비교하기 위한 나만의 기준 같은 것을 마련해 보게 되었다. 나와 어떤 '사람'을 두고 비교하는 게 아니라, 상황과 상황만을 대치시켜 보는 거다. 내가 나의 어떤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었으면, 같은 상황일 때 현명하게 겪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대처하는 방법이 나와 어떻게 달랐는지를 비교해 보는 식으로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욱했는데,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욱하지 않고 유하게 잘 넘어갔다면 그런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마음 상태가 어때 보이는지, 어떤 말로 대처하는지를 지켜보는 거다. 상황이라는 기준을 정하고 대처하는 태도만을 비교하니 상대방에게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나를 잘 지켜가며 살리라 마음먹어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타인으로부터 남과 비교당하면 언제 또 속절없이 흔들릴지 모른다. 적어도 그때는 타인이 기준 없이 가둬 놓은 비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나를 균형 있게 바라보고 싶다.
이창섭, 「적당한 사람」 중에서

비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상에서 비교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상황이라는 기준을 정하고 대처하는 태도만을 비교하여 상대방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 자신에게 적용하였다.
나의 경우, 비교의 기준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다. 미성숙했던 어느 시점과 비교하여 현재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를 비교한다. 그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주로 드러나는데, 이렇게 나를 비교 기준으로 삼으면 열등감에 허우적대지 않고 나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때로 타인과 나를 대조하여 보는 경우도 있다. 그에게서 배우고 싶은 좋은 점을 보고 감탄하는 경우다. 나는 인상적인 그 모습을 기억 속에 저장하여 상황에 적용하며 연습한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도 있지만 나는 대체로 나 자신이 마음에 든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평가에 상관없이 나는 내게 그렇다. 내게 신조가 있다면 '타인과의 비교는 금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다.
-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