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보내는 편지

내가 나를 챙기지 못할 때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His 제이 2025. 4. 16. 21:31

오늘은 컨디션이 최악이었어. 어제에 이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고, 목이 따끔거리면서 기침이 나오는데 숨쉬기 어려울 정도였어. 우리반 아가들이 가지고 있는 감기 증상이 나에게 다 온 듯해. (세 명 모두 감기약을 먹고 있는 중) 낮잠을 자면서도 콜록거리는 아가들.. 그 작은 몸이 들썩일 때, 곤한 잠에서 깨어 울며 뒤척일 때 얼마나 안쓰러운지.. 나도 지난 밤에 기침을 하느라 깊게 자지 못했어. 출근하자마자 피로가 몰려왔어. 언제 집에 가지? 얼른 가서 쉬고 싶다, 라는 생각뿐.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나는 나를 돌볼 겨를이 없어. 내 욕구는 모두 뒤로 물러나야 해. 아이들이 낮잠 잘 때 나도 옆에 누워 자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언제 어느 때 사고가 일어날 지 모르니 두 눈 뜨고 지켜보아야 해. 잠에서 깬 아이들을 안아서 달래주고 다시 편하게 휴식할 수 있게 도와 줘. 아이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 교대해주는 선생님과 바톤 터치를 하고 그제야 밥을 먹어. 밥 먹는 시간도 최대한 빨리. 
 
마지막 아이가 4시 5분에 하원을 했어. 아빠가 데리러 왔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겨우 "오늘 잘 지냈어요. 손톱으로 얼굴을 긁어서 희미하게 상처가 났어요. 손톱이 긴 것 같아요. 잘라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지낸 이야기는 알림장으로 자세히 보내드릴게요" 말하고 인사를 나눈 뒤 서둘러 교실로 돌아왔어. 그런데 잠시후 옆 반 선생님이 나를 불렀어. "선생님, D희 어머니가 찾으세요" 무슨 일일까? 손톱 때문에 생긴 상처가 문제가 되었나? 직접 설명을 듣고 싶으신 걸까? 10미터 정도 되는 복도를 가로지르며 곰곰이 생각했어. 현관은 동시에 하원하는 아이들로 붐벼 있는 상황. 그 많은 눈들 중에 나를 기다리는 단 하나의 눈과 마주치자 걱정스런 마음에 "어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하고 물었어.
 
"선생님, 제가 일이 있어서 D희 아빠가 하원을 했는데 오늘 아침에 등원할 때 뵈니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시더라구요, 저도 목이 약해서 자주 고생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이거..."

내 손에 꼭 쥐어준 건 다름 아닌 소염 작용제였어. 일부러 나를 위해 약을 사온 사람... 아... 정말... 감동이었어🥲 내가 나를 챙기지 못할 때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어떻게 이 고마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지.. 너무 고마워. 퇴근하자 마자 바로 챙겨 먹었어.
 
"선생님, 말 많이 하지 마시고, 많이 주무세요" 서둘러 나가시며 마지막으로 전해준 말.
 
💌고마워요 오늘 밤 잘 자고, 내일은 한결 나은 컨디션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게요. 저에게 베풀어 준 친절, 오래도록 기억할게요. 진심으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