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박인환
His 제이
2025. 4. 24. 20:24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가느다란 일 년의 안젤루스
어두워지면 길목에서 울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숲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의 얼굴은 죽은 시인이었다
늙은 언덕 밑
피로한 계절과 부서진 악기
모이면 지난날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저만이 슬프다고
가난을 등지고 노래도 잃은
안개 속으로 들어간 사람아
이렇게 밝은 밤이면
빛나는 수목樹木이 그립다
바람이 찾아와 문은 열리고
찬 눈은 가슴에 떨어진다
힘없이 반항하던 나는
겨울이라 떠나지 못하겠다
밤 새우는 가로등
무엇을 기다리나
나도 서 있다
무한한 과실만 먹고
박인환朴寅煥, 1948

자다가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는 참담하게 무거웠다. 천성이 착한 사람이었다. 누구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못했고 그래서 자신을 보호해 주어야 할 대상이 착취를 일삼을 때 그저 묵인해 주었다. 그는 타인에게 짐이 되지 않는 대신 타인의 짐을 과도하게 짊어진 채 간신히 버티며 살고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을 잃었다. 세상살이가 힘든 이에게 무슨 말이 위로가 될까. 주위를 둘러보면 힘들어하는 사람들 투성인데...
누군가 자신을 지켜주리라고 기대해선 안된다. 나의 편이 아무도 없을 때 나만큼은 꼭 내 편이 되어 주어야 한다.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고, 필요하다면 항변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을 지켜주어야 한다. 현재의 삶이 암담하더라도 꼭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단 하나뿐인 자신을..
-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