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 청보라 > 박성우
청보라
지난 겨울밤, 나는 물었고 딸애는 대답했다
규연이는 무슨 색깔이 좋아? 응, 청보라
청보라는 새벽에 별이 깔려 있는 색깔이라 좋아
도라지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던 밤이 떠올라.
나는 칠월 도라지꽃밭으로 딸애를 데리고 갔다
봐, 도라지꽃에도 청보라가 있지?
도라지꽃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래
와, 예쁘다 정말 청보라네
아빠 근데, 사랑은 원래부터 영원한 거 아니야?
나는 청보랏빛 도라지꽃을
보여주었을 뿐인데
너는 청보라빛 별에 닿기도 하고
청보라빛 별 전구를 켜기도 하겠지
그러다가는 또 새벽하늘에
청보라 도라지꽃을 끝없이 피워두기도 하겠지
그래, 사랑이란 원래부터 끝이 없어야 할 테니까
잠이 아주 멀어진 늦여름 새벽,
청보라빛 별 마당에 돗자리 깔고 누워
'새벽에 별이 깔려 있는 색깔'을 올려다본다
청보라 도라지꽃, 같은 말을 떠올려보다가
청보라 도라지꽃 꽃말 같은 사랑을 깜빡거려본다
* 청보라 : 푸른빛이 나는 보라색
박성우,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에서

푸른 계열의 색을 좋아해. 마냥 밝은 파랑보다는 톤다운된 블루, 다크블루, 인디고블루, 베이비블루, 뭐 그런.. 그리고 또 좋아하는 색은 그레이Gray. 그레이는 어떤 색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래서 좋아. 단독으로 있어도 좋은데 다른 색상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모습이 참 좋아.
계절 중에는 여름을 가장 좋아해. 초여름의 저녁 하늘을 특히 좋아해. 그때만이 볼 수 있는 푸른 하늘을 좋아해. 그 색이 아마도 청보라였던 것 같아. 청보라... 이름도 참 예쁘구나.
사랑은 원래부터 영원한 거 아니냐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써야 한다는 걸 나는 커서야 알았지. 사랑은 감정이 전부가 아니니까. 어떠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닌, 어떠해도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사랑은 어쩌면 영원할 듯.
-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