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 <지금은 좋은 때> 에밀 베르하렌
His제이
2023. 5. 11. 07:29
🌟오늘은 1800년대 벨기에 시인의 시를 읽어 볼게요. 반복되는 구절이 평화로운 느낌이 들어요. 지금이 언제나 좋은 때이길 바라며 고요히 읽어 봅니다 :)
지금은 좋은 때
지금은 좋은 때, 램프에 불이 켜질 때.
모든 것이 이토록 조용하고 평화로운 저녁,
새의 깃털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릴 것 같은 이 고요함.
지금은 좋은 때, 가만가만히
사랑하는 사람이 찾아오는 바로 그런 때.
산들바람처럼, 연기처럼
조용조용 천천히.
사랑은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듣는다.
그 영혼을, 나는 알고 있다.
별안간 빛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그 눈에 살그머니 입을 맞춘다.
지금은 좋은 때, 램프에 불이 켜질 때
고백이,
하루 종일 혼자서만 망설이고 있었노라고.
깊고도 깊은, 그러나 투명한 마음
밑바닥에서 떠오를 때.
그리하여 서로 평범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뜰에서 딴 과일에 대해서,
이끼 속에 피어난 꽃에 대해서,
또 낡은 서랍 속에 우연히 찾아낸
옛날 편지에 대해서.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린 사랑의 추억에
마음은 순식간에 꽃을 피우며 감동에 몸을 떤다.
- 에밀 베르하렌 Émile Verhaeren
시인은 사랑이 찾아오는 지금 이때를 좋은 때라고 표현하였다.
사랑은 예고없이 찾아오니 조용조용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맞는 듯 하다.
누군가는 먼저 고백을 해야 하니 그 망설임은 얼마나 고통스럽고도 희망찬 것일까.
사랑은 호감으로 시작하지만 감정만으로 이루어진 사랑은 감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감정은 유효기간이 있어서 소멸될 것이 뻔하기 때문.
필연적으로 내가 변화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내가 구축한 세계. 내가 나라고 규정한 그 어떠한 것들도.
상대방이 나에게 맞춰 변화해줄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그러면 성격차이 때문에 헤어진다는 무책임한 핑계를 대지 않을 수 있다.
바라기는 서로 사랑하기로 결심한 모든 이들이 그 위대한 여정을 손잡고 끝까지 걸어갔으면 좋겠다.
그 길 위에서 서로가 맞이하는 순간은 결국 언제나 좋은 때일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