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사랑한다는 것과 사랑받는다는 것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한다는 것과 사랑받는다는 것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오직 타버린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기나긴 밤을 새운 아름다운 불빛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스러지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은 영원한 지속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가 사랑하는 분께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시기에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내재화 된다면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수월할 거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날 존파이퍼 목사님이 이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나의 가정과 전혀 다른 맥락으로 자기 사랑을 설명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이미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위험을 피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 마시고 휴식하고 잠을 잔다. 자신을 돌본다. 이로써 모든 인간의 본성적 자기사랑은 성립된다. 그리고 이것이 이웃 사랑의 척도이다.
내가 나를 돌보는 그 자연스러운 것을 타인에게도 해주는 것. 나의 행복과 안녕에 관심을 기울이듯 남의 행복과 안녕에도 그러한 것.
우리는 자기 배를 채우기 원하는 만큼 남의 배를 채우길 원해야 하며, 남을 위해서도 같은 강도와 창조성과 지속성을 갖고 추구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받고자 발버둥치는 자신을 온전히 극복한 사람이며, 그의 곁에는 마음이 상한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또한 온기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면서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
나는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가겠다.
Riner Maria Rilke, 1875~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