Ω힐링그림책 / 돼지책 :: 앤서니 브라운
돼지책 (2001)
PIGGYBOOK
앤서니 브라운 / 웅진주니어
아주 중요한 회사에 다니는 피곳 씨와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집안일은 모두 엄마 몫입니다.
아무도 엄마를 도와 주지 않았고
힘들어하던 엄마는 결국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돌봐 줄 사람이 없어진 피곳 씨와 아이들은
조금씩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피곳 씨는 두 아들인 사이먼, 패트릭과 멋진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멋진 정원에다, 멋진 차고 안에는 멋진 차도 있었습니다.
집 안에는 피곳 씨의 아내가 있었습니다.
"여보, 빨리 밥 줘."
피곳 씨는 아침마다 외쳤습니다.
그러고는 아주 중요한 회사로 휑하니 가 버렸습니다.
"엄마, 빨리 밥 줘요."
사이먼과 패트릭도 외쳤습니다.
그러고는 아주 중요한 학교로 휑하니 가 버렸습니다.
피곳 씨와 아이들이 떠나고 나면, 피곳 부인은 설거지를 모두 하고,
침대를 모두 정리하고,
바닥을 모두 청소하고,
그러고 나서 일을 하러 갔습니다.
"엄마, 빨리 밥 줘요."
아이들은 아주 중요한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마다 외쳤습니다.
"어이, 아줌마, 빨리 밥 줘."
피곳 씨도 아주 중요한 회사에서 돌아와 저녁마다 외쳤습니다.
피곳 씨와 아이들이 저녁을 먹자마자,
피곳 부인은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그러고 나서
먹을 것을 조금 더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집에는 반겨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엄마는 어디 있니?"
피곳 씨가 회사에서 돌아와 물었습니다.
피곳 부인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벽난로 선반 위에 봉투가 하나 있었습니다.
피곳 씨는 그 봉투를 열어 보았습니다.
안에는 종이가 한 장 들어 있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지?"
피곳 씨가 말했습니다.
피곳 씨와 아이들은 손수 저녁밥을 지어야 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아주 끔찍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피곳 씨와 아이들은 손수 아침밥을 지어야 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끔찍했습니다.
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 날 밤,
또 그 다음 다음 날에도
피곳 부인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피곳 씨와 사이먼과 패트릭은 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설거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빨래도 하지 않았습니다.
곧 집은 돼지 우리처럼 되었습니다.
"엄마는 언제 돌아와요?"
끔찍한 저녁을 먹고 나서 아이들이 꽥꽥거렸습니다.
"낸들 알겠니?"
피곳 씨가 꿀꿀댔습니다.
피곳 씨와 아이들은 점점 더 심술을 부렸습니다.
어느 날 밤, 집에는 먹을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온 집 안을 샅샅이 뒤져서 음식 찌꺼기라도 찾아야 해."
피곳씨가 씩씩거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피곳 부인이 걸어 들어왔습니다.
"제발, 돌아와 주세요!"
피곳 씨와 아이들이 킁킁거렸습니다.
그래서 피곳 부인은 집에 있기로 했습니다.
피곳 씨는 설거지를 했습니다.
패트릭과 사이먼은 침대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피곳 씨와 아이들은 요리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요리는 정말로 재미있었습니다!
엄마도 행복했습니다.
엄마는 차를 수리했습니다.
'피곳 씨는 두 아들과 멋진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집 안에는 피곳 씨의 아내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을 소개하는 첫 장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가족이라 하기엔 어디를 보아도 존중과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한쪽으로 기운 희생과 팽팽한 이기심. 무례한 태도와 말없이 감내하는 모습.
하루아침에 이런 가족구도가 나올리 없는데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모든 것을 이견없이 받아주는 것이 나만 고생하면 모두 편해진다는, 상대를 배려한 생각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것은 상대방이 아무렇게나 자라도록 내버려두어 이제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하는 안타까운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고 참는 그 순간 만큼은 갈등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회피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잘못된 태도를 방치하는 동안 무례함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고, 서로가 존중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관계가 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
무례한태도로 피곳부인을 대하는 아이와 남편의 입장도 생각해보자.
그들의 내면은 과연 평안할까? 양심이라는 센서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는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를 존중하지 않을 때. 나의 필요를 채우느라 누군가를 희생시킬 때.
어느 순간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돌이키려 노력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돌이켜야할 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자각하고 노력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
참다 못한 피곳부인은 가출을 하고.. (이 방법을 선택한 것에 안타깝다. 결과가 좋게 그려져서 다행이지 아이들에게 상처로 남을 수 있는 방법) 그제서야 엄마의 자리와 아내의 자리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깨달은 남편과 아이들.
한참이 지나 다시 돌아 온 피곳부인. 그리고 피곳부인에게 기울어져 있던 집안일을 함께 해나가는 남편과 아이들.
엄마가 해야할 일이라고 여겼던 집안일과 남편이 해야할 일이라고 여겼던 자동차수리를 이제 구분없이 해내는 가족.
피곳부인이 자동차수리를 하면서 활짝 웃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었다. 그늘 하나 없이 정말 행복해보였다.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제자리를 찾은 모두가 아마 피곳부인처럼 웃고 있을 것이다. 이 가족은 본래부터 누렸어야 할 행복을 지금부터 누리게 될 것이다.
가족..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안전한 보금자리로 느껴져야할 관계이자 함께 머무는 심리적 공간. 그 안에서 모두가 행복을 누렸으면.
p.s.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 작가의 의도와 다른 이해일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