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15 아무 생각 하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하다
#15강
아무 생각 하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하다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
일을 하다가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만났을 때, 우리는 오랫동안 깊이 잘 생각해서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한 인간으로서 우리는 그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러분은 평소에 아주 많은 생각을 한다고 착각 할 수 있다. 우리는 늘 '생각할 것' '고민할 것'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인간의 뇌는 생각을 최대한 줄이는 것, 최소한의 생각을 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놓고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이야기한다. '인지적 구두쇠'란 1981년에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Susna T. Fiske와 셸리 테일러shelley E.Taylor가 명명한 용어이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이 뇌까지 피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러다 보면 신체 에너지가 너무 소진되기 때문에 신체는 이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피스크와 테일러는 인간의 인지 체계가 느리더라도 정확한 처리보다는 다소 오류가 있더라도 더 빠른 처리를 선호한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뇌는 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명상을 하거나 잠잘 때같이 차분한 상태일 때에도 뇌는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이 뇌가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은 몹시 게으르다. 왜냐하면 인간은 항상 생각을 그만둘 시점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한도 끝도 없이 생각할 수는 없다.
선택에 관한 실험
유명한 실험을 하나 소개하겠다. 1931년에 미국의 심리학자 노먼 메이어Norman Maier가 문제해결 방법에 대해 연구하면서 실시했던 일명 '두 줄 실험The two-string problem'이다.
· 두 줄 실험The two-string problem
방 천장에 2개의 줄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매달려 있다. 두 줄의 간격은 실험 참가자가 동시에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다. 줄 사이의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양팔 길이가 긴 사람이라 하더라도 손이 닿지 않는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2개의 줄을 보여주고 줄을 함께 묶으라고 한다. 실험 참가자들을 돕기 위해 방 안에는 4가지 물건을 배치한다. 이 4가지 물건은 정해진 건 아니다. 저희 실험 진행자는 가위, 망치, 라이터, 의자를 주었다. 그러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한 손에는 줄을 잡고 다른 손에는 가위나 망치를 한 번씩 들고 반대편 줄까지 팔을 뻗어본본다. 하지만 닿지 못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참가자들은 이제 멍하니 서 있기만 한다.
이 문제를 가장 세련되게 해결하는 방법은 줄 끝에 추 역할을 하는 물건을 묶고 흔들리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한쪽 줄을 잡고 있다가 추가 달린 줄이 왔다 갔다 하며 진자 운동을 하면 내 쪽으로 다가올 때를 기다렸다가 낚아채는 것이다, 극소수의 참가자만이 이 문제를 풀었다.
물론 해결방법이 이것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방법도 많이 있다. 실험자는 참가자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하고, 새로운 해결책이 다 떨어질 때까지 이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또 멍한 상태로 아무것도 생각해내지 못했다. 발상을 전환하는 데 한계를 느낀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일단 한 가지 생각을 해내고 나면, 더이상 투자를 하기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빠른' 생각을 좋아한다. 빠르다는 건 생각의 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문제에 빠르게 답을 할까? 고정관념, 편견, 고착되어 있는 생각에 대해 즉시 답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이렇게 때문에 생각의 양을 줄여서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면 인간은 그걸 무턱대고 좋아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보겠다. 미국의 심리학자 시나 아이옌거sheena lyengar 의 선택에 관한 실험이다.
· 선택에 관한 실험
슈퍼마켓에 2가지 잼 시식 코너를 만들었다. A 매대에는 6종의 잼을 진열했고, B 매대에는 24종의 잼을 진열했다. 그러니까 선택의 기회는 24종의 잼이 있는 B 매대에 무려 4배 더 많다. 실제로 사람들이 24종의 잼이 놓여 있는 시식 코너에 더 많이 간다. B 매대에는 손님의 60퍼센트가 들렀고 A 매대에는 손님의 40퍼센트가 들렀다. 그런데 실제로 구매는 A 매대에서 더 많이 일어났다. 잼을 구매한 손님의 비율이 A 매대는 30퍼센트, B 매대는 3퍼센트였다. 6종의 잼이 놓여 있는 시식 코너의 판매율이 10배나 높았다. 왜 그랬을까?
24종이나 되는 잼을 서로 비교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6종은 몇 개 안 되니 이것저것 맛보면서 비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사실은 환경이 결정을 내릴 수 있게끔 유도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 그래놓고선 '나는 빠르게 결정했다'거나 '내 의지대로 결정했다'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2개 중에 어느 하나를 고를 때, 그러니까 단순한 결정을 할 때는 생각의 양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더 좋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보험의 원리.
· 보험의 원리
2개의 대안이 있다. A 안은 100퍼센트 확률로 5만 원을 잃는다. B 안은 25퍼센트 확률로 20만 원을 잃고 나머지 75퍼센트 확률로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이 2개를 동시에 놓고 사람들한테 선택하라고 한다.
그러면 생각이 많아지고 사람들은 이제 확실하게 무언가를 잃을 수밖에 없는 A가 무작정 싫어져서 빨리 B로 선택을 옮긴다. 그런데 동시에 보여주지 않고 하나씩 살펴볼 수 있게 해주면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A는 B를 선택할 수 있는 대책 (방비책)이다."
다시 말해서 A를 먼저 보여주고 나서 B를 보여준다. B를 보여주면서는 "아까 보여줬던 A를 선택하면 이 B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어"라고 말한다. 이젠 사람들이 A를 선택한다.
확실한 소규모의 손실을 선택함으로써 더 큰 모험을 피하는 것이다. 2가지를 따로따로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보험의 원리이다. 확실한 작은 손실로 큰 모험을 피하는 것.
선택을 잘 하는 방법 - 대안을 줄이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인간은 생각하기 싫어하는 인지 체계를 가졌고 늘 합리적으로 판단하진 않는다는 걸 이해하면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어떤 것이 선택되도록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변화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 대안을 줄여주면 우리는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다.
반대로 대안을 많이 주면 사람들은 심사숙고하기보다는 대안이 줄어들 때까지 막연히 늑장을 부린다. 이제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우리가 지혜롭게 이용할 수 있다. 희생과 손실이 확실하게 필요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부탁할 때는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 몇 가지 중에 선택해야 할 때, 빨리 선택하라고 독촉하기보다는 대한 1, 대안2, 대안3 등을 차례로 보여주고 난 다음에 각 대안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의 양을 투자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 저녁달

#적용해보자😇
1. 인간은 생각하기 싫어하는 인지 체계를 가졌고 늘 합리적으로 판단하진 않는다는 걸 이해하면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내렸을 때는 물론 타인이 그랬을 때, 너그럽게 대해주시길 :)
2. 대안을 줄여주면 우리는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어요.
선택지를 최대한 좁혀 보세요 :)
3. 희생과 손실이 확실하게 필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보험이나 부동산 등 계약을 할 경우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고,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세요 :)
4. 중요한 순간마다 신중하게 잘 결정하는 저와 여러분 되기를 :)
우리함께 성장해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