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미움받을 용기> #21붉은 실과 단단한 쇠사슬 / 기시미 이치로
붉은 실과 단단한 쇠사슬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관계일지라도
마주하는 것을 회피하고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교우의 과제’란 일을 벗어난, 더 넓은 의미에서의 친구관계이다. 일처럼 강제성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관계를 맺는 것도, 관계가 깊어지는 것도 어려운 관계이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과연 그럴까? 친구와 지인의 수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이는 사랑의 과제와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중요한 것은 관계의 거리와 깊이이다.
당신은 진정한 벗을 만나고 싶은가? 당신이 변하면 주변도 달라진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들러 심리학은 타인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이다. 타인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것도, 상황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 당신이 첫 발을 내디디면 되는.
사랑의 과제는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흔히 말하는 연애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관계, 특히 부모자식 관계이다. 일, 교우에 이은 세 가지 과제 중 사랑의 과제가 가장 어렵다.
예를 들어 친구 사이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을 때, 친구 사이에서는 허용되는 말이나 행동이 연인이 된 순간 허용되지 않기도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이성친구와 노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성인 누군가와 통화만 해도 상대가 질투를 한다. 그만큼 거리도 가깝고 관계도 깊은 것이다.
하지만 아들러는 상대를 구속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가 행복하다면 그 모습을 순순히 축복해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서로를 구속하는 관계는 결국 깨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적극적으로 바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함께 있으면 왠지 숨이 막히고 긴장으로 몸이 뻣뻣해지는 관계는, 연애는 가능해도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다.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고, 우월함을 과시할 필요도 없는, 평온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반면에 구속이란 상대를 지배하려는 마음의 표징이며, 불신이 바닥에 깔린 생각이기도 하다. 내게 불신감을 품은 상대와 한 공간에 있으면 자연스러운 상태로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아들러는 말했다. "함께 사이좋게 살고 싶다면, 서로를 대등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단 연인 사이나 부부관계에서는 ‘헤어진다’는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부모자식 관계는 원칙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 연인이 붉은 실로 연결된 사이라고 한다면, 부모자식은 단단한 쇠사슬로 연결된 관계이다. 게다가 손에는 작은 가위밖에 없다.
부모자식 관계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관계일지라도 마주하는 것을 회피하고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설령 끝내 가위로 끊어내더라도 일단은 마주 볼 것,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이 상황, ‘이대로’에 멈춰 서 있는 것이다.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고가 후미타케
내가 변하면 주변도 달라진다.
아들러 심리학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바꿀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나는 나의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진정한 친구관계를 맺고 싶다.
그들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싶다.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고, 우월함을 과시할 필요도 없는, 지극히 평온하고 자연스러운 상태의 관계를.
어려워 보이는 관계일지라도 회피하지 않기.
설령 끝내더라도 일단은 노력할 것. 이 상황, 이대로 멈춰있지 않을 것.
Alfred Adler (1870 ~ 1937)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