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국화꽃을 따다가> 도연명
국화꽃을 따다가
초막을 짓고 인가 부근에 살아도
수레와 말 시끄러움을 느끼지 않네.
그대에게 묻는다. 어째서 그러한가?
마음이 세속과 멀어지니 저절로 그러하다네.
동쪽 울타리 밑에 핀 국화꽃을 따노라니
유연히 다가오는 남산의 이마,
산의 기운은 아침저녁으로 아름다워
새들은 무리 지어 돌아온다네.
이 가운데 인생의 참뜻이 들어 있으니
말을 하고자 하나 말로 하기 차마 어렵다네.
- 도연명
나태주 엮음,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도연명은 벼슬에서 물러난 이후 속세를 떠나 명리名利를 버리고, 시서詩書를 즐기며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한 삶을 보냈다고 한다.
이 시대에도 속세라고 불리는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오롯이 홀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욕구를 가진 사람은 대부분 인간관계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 상처받는 것. 이 모든것으로 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
그래서 실제로는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맺으며, 허구로는 최대한의 인간관계SNS를 맺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만의 편의성, 유익함을 따르며 자기만족을 최우선순위에 두면서.
하지만 그렇게 살아본 사람은 자기만족 이면에 알 수 없는 허무감이 따르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자기를 위해 사는 삶이 가짜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과 더불어 잘 지내는 삶이 어렵고, 지속가능하기는 더 어렵지만 결국 그렇게 살았을 때에 온전한 만족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의 행복에 기여할 때 행복해지는 존재라는 것을.
누구와도 잘 지내려는 이타적인 삶이 곧 행복이라는 것을.
그러면 속세를 떠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도연명陶淵明 (365 ~ 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