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 <가을의 구도> 노천명

His제이 2023. 10. 24. 08:16

 

 

가을의 구도構圖

 

가을은 깨끗한 새악시처럼

맑은 표정을 하는가 하면 또

외로운 여인네같이 슬픈 몸짓을 지녔습니다.

바람이 수수밭 사이로

우수수 소리를 치며 설레고 지나는 밤엔

들국화가 달 아래 유난희 희어 보이고

건너 마을 옷 다듬는 소리에

차가움을 머금었습니다.

친구여! 잠깐 우리가 멀리합시다.

호수같은 생각에 혼자 가마안히

잠겨 보고 싶구료 ...

 

노천명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月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중에서

 

《Wheat Field with Cypresses at the Haude Galline near Eygalieres 1889》 Vincent Van Gogh

 


 

 

가을은

이리 보면 맑은 표정

저리 보면 슬픈 몸짓,

아마도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이리저리 달라지는 이유.

 

가을 특유의 정취와 고독함은

찾는 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나에게 찾아 온 가을.

아무리 좋은 사람도 잠시 멀리,

호수같은 생각에 혼자 가만히

잠겨 보리라.

 

 

 

 

 

 

노천명(盧天命1911~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