Ω힐링그림 / 빨간머리 앤 / 명대사 #09'자신의 추한 모습을 똑똑히 확인할 거야'
머리가 자랄 때까지
절대로 거울을 보지 않겠어.
아냐, 그래도 볼 거야.
내가 한 나쁜 짓을 뉘우쳐야지.
방에 들어 올 때마다 거울을 보며
내가 얼마나 미운지 쳐다볼 거야.
좋게 상상하지도 않을 테야.


# 앤이 머리를 염색하고 좌절하다
"안 되겠다, 앤. 아주 강력한 염색약이 분명해. 머리를 잘라야지 다른 수가 없겠어. 그 꼴로는 나다니지 못할 테니 말이야."
"지금 당장 잘라서 끝내 주세요, 아주머니. 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정말이지 낭만과는 거리가 먼 고통이에요. 책에 나오는 여자 아이들은 열이 심하게 나서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착한 목적으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팔았어요. 저도 그 비슷한 일로 머리를 자르는 거라면 아무렇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염색한 머리 색깔이 끔찍해서 잘라야 하다니 전혀 위안 삼을 게 없잖아요. 안그래요? 괜찮으시다면 머리를 자르는 내내 울고 싶어요. 이건 너무도 비극적인 일이거든요."
머리를 자르는 동안 앤은 울었다. 하지만 잠시 후 2층으로 올라가 거울을 들여다보자 절망감으로 마음이 가라앉았다. 마릴라는 앤의 머리를 최대한 바짝 쳐올려 잘라야만 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앤은 얼른 벽 쪽으로 거울을 돌려 버렸다.
앤이 격렬한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가 자랄 때까지 절대로 거울을 보지 않겠어."
그러더니 갑자기 거울을 똑바로 돌렸다.
"아냐, 그래도 볼 거야. 내가 한 나쁜 짓을 뉘우쳐야지. 방에 들어 올 때마다 거울을 보며 내가 얼마나 미운지 쳐다볼 거야. 좋게 상상하지도 않을 테야. 다른 건 몰라도 머리에 대해서는 허영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어. 빨간색이긴 해도 길고 숱도 많고 곱슬거렸으니까. 다음엔 내 코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몰라." (앤은 코에 있어서 만큼은 예쁘다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 마릴라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 놓다
"조시가 저한테 그렇게 말해도 전 가만히 있었어요. 이것도 제가 받을 벌이니까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허수아비 같다는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나서 쏘아붙이고 싶긴 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저는 경멸하는 눈으로 한 번 노려보고는 용서해 줬어요. 누군가를 용서할 때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요, 그렇죠? 두 번 다시 예뻐지려는 생각은 버리고 앞으로는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제 힘을 다 쏟을 거예요. 착한 사람이 되는 게 훨씬 값진 일이니까요."

# 머리카락이 예뻐졌다는 칭찬을 듣다
"네 피부도 루비만큼 하얗잖아. 그리고 머리카락 색도 자르기 전보다 훨씬 어두워 보이는 걸."
앤이 기쁜 나머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어머, 정말 그러니? 가끔은 나도 그런 생각이 들곤 했지만, 아니라고 할까 봐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했어. 지금은 적갈색이라고 불러도 될까, 다이애나?"
다이애나가 멋진 검정 벨벳 리본 머리띠를 두른 부드러운 앤의 곱슬머리를 감탄하듯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럼, 게다가 정말 예뻐."
🌈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어. 하지만 그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선택해야 해. 그것이 나에게 국한된 것이면 다행이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더욱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하지. 자신의 결점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해. 운이 나빠서 라고 핑계를 대지 않고 말이야.
앤은 그런 면에 있어서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었어. 앤의 절실했던 소원은 빨간 머리가 다른 색으로 바뀌는 것이었어. 앤에게도 자신만의 아름다움의 기준이 있어서 빨간 머리는 도저히 봐주기 어려웠고 빨간색이 아니라면 뭐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자신의 허영심의 결과로 머리카락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당시 여자아이들은 짧은 헤어스타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 이상한 모습이었을 거야.
거울을 돌려 버리려다가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허영심을 직면하는 앤의 모습을 봐. 여기서 교훈을 얻고 직면하지 않았다면 앤은 성장하면서 허영심을 키우고 자신의 삶에 비겁하게 핑계를 대며 퇴보했겠지. 조시의 비웃음을 사면서도 내가 자초한 일이니 응당 받아야 할 대가라고 생각하고 입을 다물 때, 타들어 가는 속을 잠재우고 조시를 용서할 때, 앞으로는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힘을 쏟겠다고 다짐할 때. 그녀는 이미 성장하고 있는 거야.
게다가 자신도 예상치 못한 보상을 받는 모습이란.. 그토록 혐오했던 빨간색 머리를 벗고 적갈색 머리카락을 갖게 되었잖아. 자신만 그렇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타인도 그렇게 보는 아름다움을 갖게 되었을 때 그 기쁨은 얼마나 크고 값질까.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더욱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고.. 그래, 틀리지 않은 말이야. 하지만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 우리는 어쨌든 보이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앤이 받은 보상은 하나의 모형이라고 생각해.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익한 존재로 바르고 진실하게 살기 위해, 사랑하며 살기 위해 노력했던 삶은 보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나의 허영심, 나의 질투심, 자만함, 비굴함.. 이러한 것들을 회피하지 말고 앤과 같이 직면하면서 그로 인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어.
그렇게 노력할게. 세상에 유익한 존재가 되도록😉✨
- J -
📖 Lucy Maud Montgomery (1874~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