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 <새로워진 행복> 박용철

His 제이 2024. 1. 2. 07:55

 

새로워진 행복

 
검푸른 밤이 거룩한 기운으로
온 누리를 덮어싼 제,
그대 아침과 저녁을 같이하던
사랑은 눈의 앞을 몰래 떠나,
뒷산 언덕 우에 혼잣몸을 뉘라.
별 많은 하늘 무심히 바래다가
시름없이 눈감으면,
더 빛난 세상의 문 마음눈에 열리리니,
기쁜 가슴 물결같이 움즐기고,
뉘우침과 용서의 아름답고 좋은 생각
헤엄치는 물고기떼처럼 뛰어들리.
그러한 때, 저 건너,
검은 둘레 우뚝이 선 산기슭으로
날으듯 빨리 옮겨가는 등불 하나
저의 집을 향해 바쁘나니,
무서움과 그리움 섞인 감정에
그대 발도 어둔 길을 서슴없이 달음질해,
아늑한 등불 비치는데 들어오면,
더 아늑히 웃는 사랑의 눈은
한동안 멀리 두고 그리던 이들같이
새로워진 행복에 부시는 그대 눈을 맞아 안으려니.
 
박용철  (1904~1938)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二月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중에서
《 Road with Cypresses 1890》 Vincent Van Gogh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웠던 열정이 자취를 감춘다 하여도
은은한 마음으로 계속 사랑하세요.
 
감정의 지배는 사양하고
약속한 사랑에 책임을 다하세요.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이며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힘써 지키세요.
새로워진 행복이 그 안에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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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철 (1904~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