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 <당신에게> 장정심

His 제이 2024. 1. 20. 08:49

 

당신에게

 

당신에게 노래를 청할 수 있다면

들일락 말락 은은 소리로

우리 집 창밖에 홀로 와서

내 귀에 가마니 속삭여주시오

 

당신에게 웃음을 청할 수 있다면

꿈인 듯 생신 듯 연연한음조로

봉오리 꽃같이 고은 웃음

괴롭든 즐겁든 늘 웃어주시오

 

당신에게 침묵을 청할 수 있다면

우리가 전일 화원에 앉어서

말없이 즐겁게 침묵하던

그 침묵 또다시 보내어 주시오

 

당신에게 무엇을 청할지라도

거절 안하실 터이오니

사랑의 그 마음 고이 싸서

만나는 그날에 그대로 주시오

장정심 1934.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二月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중에서

 

《목련꽃》 Olga Kvasha


 

 

당신에게 노래를 청할 수 있다면

들릴락 말락 은은한 소리로

내 방 창가에 홀로 와서

내 귀에 가만히 속삭여 주세요.

 

당신에게 웃음을 청할 수 있다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애틋한 음조와

한창 피어난 꽃같이 부드러운 웃음으로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늘 웃어주세요.

 

당신에게 침묵을 청할 수 있다면

언젠가 우리가 화원에 앉아

말없이 즐겁게 침묵하던 그때처럼

그 침묵 또다시 내게 보내주세요.

 

당신에게 무엇을 청해도

당신은 거절하지 않을 테죠.

사랑하는 그 마음 소중히 간직했다가

나를 만나는 날 그대로 전해 주세요.

 

- J -

 

 

 

 

 

 

 

p.s. 나의 언어로 옮겨보는 시.

 

 

장정심張貞心 (1898~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