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 <마당 앞 맑은 새암을> 김영랑

His 제이 2024. 1. 15. 07:23

 

마당 앞 맑은 새암을

 
마당 앞
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
 
저 깊은 땅 밑에
사로잡힌 넋 있어
언제나 먼 하늘만
내려다보고 계심 같아
 
별이 총총한
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
 
저 깊은 땅속에
편히 누운 넋 있어
이 밤 그 눈 반짝이고
그의 겉몸 부르심 같아
 
마당 앞
맑은 새암은 내 영혼의 얼굴
 
김영랑 (1903~1950)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二月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중에서

 

《Azalea, 1906》Carl Larsson


 

 

맑은 샘물에 비치는 나의 영혼.

 

먼 하늘이 언제나 그 안에 있고

별은 그 안에서 흐르는데

 

저 밑에는 사로잡힌 넋이 있고,

편히 누운 넋이 있구나.

 

누가 나를 부르는가.

 

내 겉몸은 물에 비친 채 여기 있지만

내 영혼은 이 세상에 메여 있지 않은 것을.

 

- J -

 

 

 

 

 

김영랑 (1903~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