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Ω힐링그림 / 빨간머리 앤 / 명대사 #10'그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재미있는 실수일 뿐이야'

His제이 2024. 1. 14. 20:06

 

에이번리에 새로 부임한 목사님 부부의 방문 소식에, 마릴라는 그 어느 집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식사를 대접하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한다.

 

앤에게는 레이어케이크를 만드는 일이 주어지고.

앤은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맛보고 즐거워할 사모님을 상상하며 정성껏 케이크를 만든다.

'앨런부인이 케이크를 맛보고 하나 더 달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앤은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드디어 도착한 목사님 부부. 처음으로 마주하는 두 사람. 손을 꼬옥 잡고 정중하게 인사를 나눈다.

이날 기적이 하나 일어났는데,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특히나 여성은 여자아이라도 부끄러워 숨기만 하는 매튜가, 초대 자리에 참석할 거락고는 기대하지 앟았던 그 매튜가, 정장을 차려입고 식사자리에 앉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앤이 부린 마법.

 

40년 넘게 봐 온 동생으로서 마릴라에게 그것은 놀라움 자체였으며 아마 매튜 자신도 스스로에게 놀랐을 것. 매튜는 자신의 애정의 대상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단 하나의 일념으로 그 어려운 것을 참아냈던 것.

 

성대하게 차려진 식사를 맛보고, 앨런부인과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앤은 이 순간이 그 어떤 것보다 행복하게 느껴졌다.

 

앨런부인은 배가 몹시 불렀지만, 마릴라의 권유로 앤이 만든 케이크 한조각을 맛보게 되고.

한 입 맛본 앨런부인은 이상한 맛을 느끼고 얼굴엔 감출 수 없는 묘한 표정이 떠올랐으나 앤이 실망할까 접시에 놓인 케이크를 모두 먹는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마릴라가 케이크를 맛보고, 앨런부인이 먹는 것을 막았지만 모두 먹은 이후였고. 사실을 알아보니 앤이 바닐라향으로 쓴 액체가 마릴라의 진통제였던 것.

 

“세상에, 앤! 넌 케이크에 진통제를 넣은 거야. 지난주에 진통제 병을 깨뜨리는 바람에 나머지를 빈 바닐라 병에 부어 놓았거든. 나한테도 책임이 있구나. 너한테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넌 도대체 냄새도 맡지 못했니?”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어요. 감기에 걸렸거든요.”

 

앤은 말을 마치자마자 제 방으로 도망치듯 올라가서는 침대에 몸을 던지고 어떤 위로도 소용없다는 듯 펑펑 울었다. 곧 계단을 오르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방으로 들어왔다. 앤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흐느끼며 말했다.

 

“아, 마릴라 아주머니, 전 영원히 놀림감이 될 거예요. 여기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모두에게 알려질 거예요. 에이번리에 비밀이란 없으니까요.... 아, 마릴라 아주머니, 기독교인으로서 동정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 내려가 설거지하라는 말씀은 말아 주세요. 목사님과 사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치울게요. 이제 전 앨런 사모님을 뵐 낯이 없어요. 그분은 아마 제가 독살하려 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자기를 돌봐 준 은인을 독살하려 한 여자 고아를 알고 있다고 린드 아주머니가 그러셨어요. 하지만 진통제는 독약이 아니잖아요. 케이크에 넣으면 안 되더라도 먹으라고 만든 거잖아요. 앨런 사모님에게 그렇게 전해 주시면 안될까요, 마릴라 아주머니?”

“일어나서 네가 직접 말하지 그러니?”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귀여운 꼬마 아가씨, 그렇게 울면 쓰나. 그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재미있는 실수일 뿐이야.”

 

“아니에요. 그런 실수는 저만 저질러요. 하지만 전 사모님께 정말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 알아. 난 모든 게 좋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너의 친절과 세심한 배려에 고마워하고 있는걸. 그러니 이제 그만 울고 함께 내려가 네 꽃밭을 보여 주지 않겠니? 커스버트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네가 가꾸는 작은 꽃밭이 있다던데. 난 꽃에 무척 관심이 많아서 보고 싶구나.”

 

그래서 앤은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앨런 부인이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얻었다. 아무도 진통제가 든 케이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고, 손님들이 돌아 갔을 때 앤은 끔찍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기대 이상으로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다음에 나오는 대사는 그 유명한 대사.)

 

“마릴라 아주머니, 내일은 아무런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새 날이라고 생각하니 기쁘지 않으세요?”

 

“넌 분명히 내일도 실수를 많이 저지를 거야. 너 같은 실수투성이는 본 적이 없으니까, 앤.”

 

앤이 서글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는 거 아세요, 마릴라 아주머니? 전 절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요.”

 

“그 대신 날마다 새로운 실수를 저지르는데, 뭐가 좋은 점이라는 거냐,”

 

“어머, 모르세요, 아주머니? 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다고요, 제가 그 한계까지 간다면 더 이상 실수 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놓여요.”

 

“그래, 이제 나가서 그 케이크를 돼지한테 주는 게 좋겠다. 사람은 도저히 못 먹겠더구나, 제리 부트(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일꾼 소년)라고 해도 말이야.”

 

 

 

 


🌈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실수 자체 보다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실수를 알고서도 상대방이 곤란할까 봐 케이크를 끝까지 다 먹은 사람.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일 뿐이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사람.

 

베풀어 준 친절과 배려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표현해주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수치스러움에 오도가도 못할 때 길 하나를 가리키며 새로운 제안을 해주는 사람.

 

나의 실수를 덮어주는 사람 앞에서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있었고, 다음에는 실수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였고, 누군가 나와 같은 실수를 하였을 때 꼭 덮어주리라 생각하였다.

 

그들의 깊은 배려로 나도 배려심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기억나는 사람들, 기억에서 감추어진 사람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나또한 허다한 실수를 덮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특히 영혼이 순수하고 예민한 어린아이들에게.

 

- J -

 

 

 

 

 

📖  Lucy Maud Montgomery (1874~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