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세뱃돈/ 설거지당번 / 싸운날 / 돈가스 / 괜히 말했네>
오늘은 동시를 여러개
선물세트로 준비했어요.
즐거운주말 보내기 바라며
밝은 목소리로 읽어 봅니다 :)
출처 :「괜히 말했네!」한솔수북
세뱃돈
설날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10만원을 받았다.
설날 때는 내 돈이지만
곧 엄마 돈이 된다.
나는 돈이 언제쯤
내것이 될 지 생각한다.
엄마는 아름다운 도둑.
설거지 당번
밥을
누나나 엄마랑 먹을 때
늦게 먹으면
설거지다.
나는 항상
설거지 당첨이다.
설거지는
셔틀런보다
힘들다.
싸운 날
동생과 싸우던 날
엄마가 오셨다.
너희 왜 싸운 거야라고 물으셨다.
서로 툭툭 치며
말하라고 한 나와 동생
자기가 먼저 그랬으면서
동생은 눈물을 뚝뚝
내 머릿속에는 천둥이 우르르쾅쾅
엄마가 가시면
또 나한테 말대꾸하면서
내 탓을 하고
짜증나는 동생
억울한 나.
돈가스
충치가 생긴 날,
치과에 처음 갔다.
어느 날,
엄마가 돈가스를 사준다며
데려간 곳이 치과였다.
난 그렇게 충치를 뽑았다.
충치보다 더 무서운 치과
난 하얘져 버렸다.
엄마, 그런데 돈가스는?
괜히 말했네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팔을 데었다.
그러나 배가 고프니
라면을 먹었다.
엄마가 오자 내가 데인 것을 말했다.
그런데 왜 라면을 먹으려고 했냐고 혼났다.
다음부터는 다쳐도 그냥 말을 안 해야지.
다친 곳도 아프고, 마음도 아팠다.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예요.
아이들은 어쩜이렇게 솔직할까요?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정말 잘 표현했어요.
많이 웃기도 하고, 안타깝게 느끼기도 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어요.
초등학생 아이들이 직접 지은 시를 시집으로 엮어 출판된 책.
책 제목이 '괜히 말했네'인데 이 시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어요.
'다음부터는 다쳐도 그냥 말을 안해야지' 라니....
다친 곳보다 더 아팠을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우리는, 아이에게 영향력을 주는 어른의 좋은 말 한마디, 서운한 말 한 마디가 아이의 마음에 저장된다는 것을 기억하기로 해요.
우리의 마음속에도 저장되어 있을 좋은 말, 서운한 말들을 꺼내 보면서.
저는 어린이집 선생님이예요. 아이들이 집에서 다쳐서 올 때가 있어요.
작은 상처가 보이면 "괜찮아? 많이 아팠어?"하고 물어봐요. 당연히 안 아플정도인걸 알면서 :)
그럼 아이가 무척 아픈 시늉을 해요. 괜히 잘 걷던 걸음도 절뚝거리면서..
밴드를 붙여주고 호~하고 불어줘요.
그리고 한 번 꼬옥 안아주면 '이제 괜찮아'를 표현하듯 폴짝폴짝 뛰어가요.
그러고 나면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 모두 모여들면서 몸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켜요.
말도 잘 못하는 아이들이 "나 여기 아파요. 나도 붙여주세요"를 표현하는 거예요.
그럼 한명 한명 다 붙여줘요.
밴드를 붙인 아이는 훈장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씩씩하게 걸어요.
웃기지요? 너무 귀여워요. 아이들은 관심을 받고 싶은거예요.
아이들은 자기에게 영향력을 주는 어른에게 관심과 애정을, 칭찬을 받고 싶어하죠.
제 때에 아이들에게 주는 보호와 관심과 애정,
그리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이들이 온전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고 믿어요.
그러니 어른인 우리가 아이들에게
괜찮아? 많이 아팠어? 라고 물어봐주어야 하겠죠?
아이에게도 해주시고, 당신 스스로에게도 해주어야해요.
낙심되고, 마음이 괴로울 때, 슬플 때, 아플 때,
"괜찮아? 괜찮지 않을텐데... 힘내." 라고.
p.s. 할 수 있죠? 그렇게 해주길 정말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