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His 제이 2024. 4. 20. 07:59

 

사랑스런 추억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히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윤동주 1942. 5. 13

 

사진 : naver blog 「I Love wood」


 
 
이 시는 1942년 5월, 도쿄의 릿교 대학 입학 후 한 달 조금 더 지나 쓰였다고 한다.

무척 고독하고 슬픈 느낌의 시. 제목만 보면 따뜻하고 희망찰 것 같은데 읽어 내려갈수록 암담하고 슬프다.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렸단다. 그는 기차를 타고 어디에 가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누구를 기다려, 무엇을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거렸던 것일까.

기다리는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오늘도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그의 젊은 날은 아득히 멀어져 간다.
 
그가 기다리던 날을 생시에 맞이하였다면 좋았을 텐데.. 못내 아쉽지만, 희망과 사랑처럼 기다렸던 그날이 이제는 그에게 봄처럼 찾아왔음을 알기에 슬퍼하지 않는다.
 

- J

 
 
 
 

 

윤동주 尹東柱 (1917 ~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