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너라면> 양세형

His 제이 2024. 4. 23. 22:37

 

너라면

 
너의 얼굴이 바뀐다면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너의 성격이 바뀐다면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너의 스타일이 바뀐다면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너의 모든 게 바뀐다면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사랑할 수 있어.
 
나도 모르겠는데
너라면 사랑할 수 있어.
 
이 모든 게 뭔지 모르겠는데
너라면 사랑할 수 있어.
 
너니까 그게 너니까
너라면 사랑할 수 있어.
 

양세형 시집 「별의 길」에서
《Geranium, 1888》 Frederick Childe Hassam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서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 같아.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는데.. 정말 그럴까, 요즘 깊이 생각해.
 
사실 사랑받는다는 것이, 존재로서 그저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경우와 '나를 사랑해주어서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줘요'라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그러한 경우 누구도 자신을 대신하여 그 가치를 입증해줄 수 없어.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행복이 달려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해. 그것은 명백한 의존관계여서 상대방을 지치게 하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르게 해. 그리고 자신은 밑 빠진 항아리처럼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을 느끼게 되지.
 
그러니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해. 그리고 누가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스스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기울여 듣고 행동으로 옮겨주어야 해. 그것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우면서도 대단히 필요한 일이야.
 
이 시의 대상을 너에서 나로 바꾸어 읽어볼게.
 
나의 얼굴이 바뀐다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의 성격이 바뀐다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의 스타일이 바뀐다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의 모든 게 바뀐다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고, 스타일이 바뀌면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착각이야. 싫증나버린 얼굴과 성격과 스타일을 매번 바꾸어야할 테니.
 
만일 지금의 자신 그대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다르지. 그 사람은 자신을 대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어. 그러므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순수하게 존재로서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다고 믿어.
 
「이 모든 게 뭔지 모르겠는데
너라면 사랑할 수 있어.
 
너니까 그게 너니까
너라면 사랑할 수 있어.」
 
나는 이 고백이, 존재로서 그저 사랑할 때 나올 수 있는 고백이라고 생각해. 내가 사랑하는 건 네가 가지고 있는 조건이 아니라 그냥 너라는 존재 자체라는 것.
 
그럼 난 나의 언어로 이렇게 고백하겠어.

 
"나를 채워주지 않아도 돼. 나를 즐겁게 해주지 않아도 되고, 그저 곁에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히 좋은 너야. 너는 이 세상에 하나 뿐인 나의 사랑의 대상. 누구도 너를 대체할 수 없어. 나를 사랑하듯 너를 사랑해"  라고.

 

- J -

 
 
 
 


 
시인 양세형 (198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