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지금은 좋은 때> 에밀 베르하렌

His 제이 2024. 5. 18. 22:11

 

지금은 좋은 때

 
지금은 좋은 때, 램프에 불이 켜질 때.
모든 것이 이토록 조용하고 평화로운 저녁,
새의 깃털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릴 것 같은 이 고요함.
 
지금은 좋은 때, 가만가만히
사랑하는 사람이 찾아오는 바로 그런 때.
산들바람처럼, 연기처럼
조용조용 천천히.
 
사랑은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듣는다.
그 영혼을, 나는 알고 있다.
별안간 빛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그 눈에 살그머니 입을 맞춘다.
 
지금은 좋은 때, 램프에 불이 켜질 때
고백이,
하루 종일 혼자서만 망설이고 있었노라고.
깊고도 깊은, 그러나 투명한 마음
밑바닥에서 떠오를 때.
 
그리하여 서로 평범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뜰에서 딴 과일에 대해서,
이끼 속에 피어난 꽃에 대해서,
또 낡은 서랍 속에 우연히 찾아낸
옛날 편지에 대해서.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린 사랑의 추억에
마음은 순식간에 꽃을 피우며 감동에 몸을 떤다.

에밀 베르하렌 

 

《Wharfedale, 1872》 John Atkinson Grimshaw


 

 

천국엔 내일이 없다고 한다. 오늘만 있다고..

창조된 모든 생명을 돌보시는 이는

오늘 먹이고 오늘 입히신다.

오늘 사랑하신다. 

 

그러므로 지금은 좋은 때.

우리에게 언제나 지금은 좋은 때.

 

 

- J -

 

 

 

 

 

Émile Verhaeren (벨기에1855 ~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