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여름밤의 풍경> 노자영

His 제이 2024. 6. 24. 22:01

 

여름밤의 풍경

 

새벽 한 시 울타리에 주렁주렁 달린 호박꽃엔

한 마리 반딧불이 날 찾는 듯 반짝거립니다

아, 멀리 계신 님의 마음 반딧불 되어 오셨습니까

삼가 방문을 열고 맨발로 마중 나가리다

 

창 아래 잎잎이 기름진 대추나무 사이로

진주같이 작은 별이 반짝거립니다

당신의 고운 마음 별이 되어 날 부르시나이까

자던 눈 고이 닦고 그 눈동자 바라보리다

 

후원 담장 밑에 하얀 박꽃이 몇 송이 피어

수줍은 듯 홀로 내 침실을 바라보나이다

아, 님의 마음 저 꽃이 되어 날 지키시나이까

나도 한 줄기 미풍이 되어 당신 귀에 불어가리다

 

노자영 1938, 「백공작」에서

《Summer Night at Asgardstrand, 1902》 Edvard Munch


 

사랑은 마법이 아닐 수 없다.

한 마리의 반딧불,

반짝거리는 별,

하얗게 핀 박꽃.

그저 하나의 사물에 지나지 않는데

사랑하는 이에게

이 모든 것은 곧 그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주 가까이에 있게 되는 마법.

그러한 마법에 걸린 이들이여,

기뻐합시다.

- J -

 

 

 

 

 

 

노자영盧子泳(1898~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