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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우리에게 위로와 안식을

His 제이 2024. 8. 21. 22:24

 
D선생님이 어제부터 나오지 않았다. 반차인가 했는데 아무도 선뜻 말해주지 않고 갑자기 일이 생겨서 결근했다고 했다.  그다지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성격도 아니니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짐작해보려고 해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지난주에 며칠을 기운이 없고 아파 보였는데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월요일에 출근했을 때 그나마 활력이 느껴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본인도 그렇게 아파본 적이 아주 오랜만이라며 많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루아침에 결근을 하다니.
 
갑자기 일어난 무슨 일 때문일 텐데, 자기 신상에 문제가 생겼거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말하기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직무에 부담을 많이 느꼈던 지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왔을 수도 있고, 이를 계기로 퇴직의사를 밝히려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내가 예상해 본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동료선생님들이 각자 바쁘고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기에 별일 아닐 줄 알았다. 오늘 정말 정신없는 일과를 보냈는데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난 후 두 명이 남아 유희실에서 놀고 있을 때 마침 수건을 개키느라 가까이에 있던 H선생님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D선생님이 많이 아픈 거냐고.
 
H선생님은 목소리를 낮추어 그 엄청난 소식을 한 마디로 전해주었다. 나는 순간 너무 놀라서 입을 막았고 그 충격은 정말 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태어나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가까운 사람이 이렇게 허망하게 떠난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충격을 받았는데 D선생님은 얼마나 충격일까.
 
내가 알고 있는 건, D선생님이 오빠라고 불렀던 사람이 결혼한 것과 다름없는 관계였고 그 오빠라는 사람은 내가 느끼기에 착하고 유순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하루아침에 떠나갔다. 함께 살던 집과 그 사람의 물건과 그 사람에 대한 기억, 함께 했던 날들에 대한 기억을 D에게 두고서.. 
 
그 사람과 연결된 사람들을 헤아려 본다. 특히 큰 슬픔에 빠져있을 가족들에게 주께서 위로와 안식을 주시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D선생님에게 자책감이 있다면, 혹은 배신감이 있다면 그것이 스스로를 망치지 않도록 지켜주시고 일어날 힘을 주시기를.. 그녀의 몸과 영혼을 지켜주시기를 기도한다.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사람이 오늘은 없는 건 너무 허망한 일이다. 내게 의미 있는 누군가가 나와 같이 숨 쉬는 존재가 아니게 될 때.. 그 슬픔과 괴로움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우리의 끝, 그 결말은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아름답게 끝을 마무리하고 영광스런 죽음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가 살아 있을 때에나 잠들 때에, 언제나 위로와 안식을 주시고 곁에 계셔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