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 메리톨마운틴

His제이 2024. 8. 26. 21:32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

소코야, 하고 나는 불렀다.
주름살투성이 속
검은 연못 같은
그녀의 지혜로운 눈을 들여다보며.
 
아타바스카어에서는
서로 헤어질 때 뭐라고 해요?
작별에 해당하는 말이 뭐예요?
 
바람에 그을린 그녀의 얼굴 위로
언뜻 마음의 잔물결이 지나갔다.
‘아, 없어.’ 하고 말하며
그녀는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냥 ‘틀라아’하고 말하지.
그것은 또 만나자는 뜻이야.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아.
너의 입이 너의 가슴에
작별의 말을 하는 적이 있니?
 
그녀는 초롱꽃이나 되는 것처럼
가만히 나를 만졌다.
헤어지면 서로 잊게 된단다.
그러면 보잘것없는 존재가 돼.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쓰지 않아.
 
우리는 늘 네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단다.
돌아오지 않으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단다.
 

*소코야 : 아타바스카어로 '이모'를 뜻한다.

메리 톨마운틴, 류시화 <마음챙김의 시> 에서

 

《Great Family 1963》 Rene Magritte

 
D선생님이 엿새만에 복귀했다. 뭐라고 말을 건네야 할까.. 출근길에 생각했다. 슬픈 마음에 머뭇거리며 안타까운 얼굴을 하면 더 불편해질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D선생님을 편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출근을 하니 먼발치에 선생님의 자취가 보였다. 반가웠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할지 답을 못 내리고 있었다. 고민하며 가까이 다가가자 선생님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예전만큼의 밝음은 아니지만 여전히 밝은 얼굴로... 고마웠다. 예전과 다르지 않게 일상의 말들을 건네고, 일에 열중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예전과 다르지 않게 대하려고 애썼다. 
 
가장 궁금했던 것. 늘 왼손가락에 끼어있던 반지는 그대로인지.. 그것부터 살폈다. 반지가 두 개였다. 검지에 하나, 약지에 하나. 이로써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그를 보내지 않았음을.. 예전처럼 함께 있다고 믿고 있음을.. 어쩌면 그녀는 우리를 배려하느라 납처럼 무거운 슬픔을 꼭꼭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상실 이후에는 슬픔과 고통을 충분히 겪는 것이 필요하다. 충분히 배출되어야 한다. 아프더라도.. 이러한 자연적 절차를 밟지 않으면 언젠가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충분히 아파하고 슬퍼하기를 바란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주시며, 이 슬픔이 지나간 이후에 충분히 일어날 힘을 주시기를 기도하면서..
 
그녀가 언젠가 그를 보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이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틀라아'
또 만나자.

 
 
 
 
 
 
 
Mary TallMountain (1918 ~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