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가을 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His제이
2024. 11. 26. 23:17
가을 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해주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짙은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1902년 9월 21일
릴케 「소유하지 않는 사랑」 에서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게 될지라도
잠잠히 두 눈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나의 도움이 어디에서 올지 잊지 않은 그날에...
- J -
Riner Maria Rilke (체코 1875~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