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 한강

His 제이 2024. 12. 23. 21:42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거리 한 가운데에서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르기를
 
모르겠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는지
거리 거리, 골목 골목으로 흘러갔는지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
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
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둥글게
더 둥글게
파문이 번졌을 테니까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영원히 죽었어, 내 가슴에서 당신은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에서

Viktoria Prischedko 作

 


 
 

 


 
그렇게 영원히
내 가슴에서 당신이
죽을 수만 있다면
 
나는 지금보다 행복할까?
 
 
 
 
 
 
 
 
 
 
나에게 물어본다.

 

 

 

 
한강 (韓江 197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