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빗자루> 윤동주
His제이
2024. 12. 26. 20:36
빗자루
요오리 조리 베면 저고리 되고
이이렇게 베면 큰 총되지.
누나하고 나하고
가위로 종이 쏠았더니
어머니가 빗자루 들고
누나하나 나하나
엉덩이를 때렸소
방바닥이 어지럽다고-
아아니 아니
고놈의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그랬어
괘씸하여 벽장속에 감췄드니
이튿날 아침 빗자루가 없다고
어머니가 야단이지요.
윤동주 1936.

이 시를 읽고 한참 웃었어. 지금도 웃음이 떠나질 않아.
그렇게 진지한 시를 써 내려가던 시인에게도 이렇게 귀여운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게다가 장난이 심해 엄마에게 한 대 맞는 모습이라니..
얼마나 웃음이 나는지..
그런데도 이 아이는 절대 엄마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네.
애꿎은 빗자루만 탓할 뿐.
이 시를 쓸 때 그의 내면은 명랑하고 밝기만 한 것 같아.
스무 살에 이런 동시를 쓸 수 있다는 것..
그 순수한 내면의 세계로 한 번이라도 가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윤동주 尹東柱 (1917 ~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