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봄, 봄날은 아침🌿

시 <백지편지> 장정심 본문

위로가 되어 줄 시

시 <백지편지> 장정심

His 제이 2023. 11. 30. 20:15

 
 

백지편지

 
쓰자니 수다하고 안쓰자니 억울하오
다 쓰지 못할 바엔 백지로 보내오니
호의로 읽어보시오 좋은 뜻만 씨웠소
 
장정심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一月 「오래간만에 내 마음은」중에서
《Chaudoin House》 Maurice Utrillo

 
 
쓰자니 쓸데없이 할 말이 많고

안쓰자니 억울한 마음이 들어요.
다 쓰지 못할바엔 빈 종이로 보냅니다.
좋게 생각해 주는 마음으로 읽어 보세요.
좋은 뜻만 적었습니다.
 



보낸 이는
무엇이 억울했던 것일까.
오해가 있었던 것일까.
해명이 필요했던 것일까.
 
백지편지를 받아 든 사람은
무엇을 읽었을까.
보낸 이의 마음을 읽었을까.
자신의 마음도 읽었을까.
 
서로 바라보았기를.
용서가 필요했다면 용서했기를.
화해했기를.
사랑했기를.
 
부디 그러했기를.

 
- J


 

 
 
 
 
 
장정심(張貞心 1898~1947)

'위로가 되어 줄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편지> 윤동주  (2) 2023.12.05
산문 <달을 쏘다> 윤동주  (4) 2023.12.02
시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2) 2023.11.28
가을시 <무제> 바쇼  (2) 2023.11.25
시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2) 2023.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