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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6)
때는 봄, 봄날은 아침🌿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하루가 끝나면서랍에 저녁을 넣어 둔다저녁이 식기 전에나는 퇴근을 한다 저녁은 서랍 안에서식어가고 있지만나는 퇴근을 한다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서랍에 넣어 둔 저녁은아직도 따뜻하다나는 퇴근을 한다저녁이 식기 전에 퇴근을 하면서저녁을 꺼내어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하루의 끝에서 퇴근을 하고서랍에 넣어 둔 저녁을 꺼내면하루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나는 퇴근을 한다 퇴근을 하면서저녁을 꺼내어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하루의 끝에서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에서 일상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시.어쩐지 쓸쓸하고 안쓰러우면서도 잔잔한 희망이 느껴져.퇴근..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단어.그것은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우리의 삶.그런 우리에게퇴근 후 먹는 따뜻한 밥 한끼는,일과 관계에 시달..

눈물이 찾아올 때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거리 한 가운데에서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르기를 모르겠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는지거리 거리, 골목 골목으로 흘러갔는지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둥글게더 둥글게파문이 번졌을 테니까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그렇게 영원히 죽었어, 내 가슴에서 당신은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효에게. 2002. 겨울 바다가 나한테 오지 않았어.겁먹은 얼굴로아이가 말했다밀려오길래, 먼 데서부터밀려오길래우리 몸을 지나 계속 차오르기만 할 줄 알았나 보다 바다가 너한테 오지 않았니하지만 다시 밀려들기 시작할 땐다시 끝없을 것처럼 느껴지겠지내 다리를 끌어안고 다시 뒤로 숨겠지마치 내가그 어떤 것,바다로부터조차 널지켜줄 수 있는 것처럼 기침이 깊어먹은 것을 토해내며눈물을 흘리며엄마, 엄마를 부르던 것처럼마치 나에게그걸 멈춰줄 힘이 있는 듯이 하지만 곧너도 알게 되겠지내가 할 수 있는 일은기억하는 일뿐이란 걸저 번쩍이는 거대한 흐름과시간과 成長,집요하게 사라지고새로 태어나는 것들 앞에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걸 색색의 알 같은 순간들을함께 품었던 시절의 은밀함을처음부터 모래로 지은이 몸에 새겨두는 일뿐인 ..

얼음꽃 오래 내리어 뻗어간그들 뿌리의 몫이리라하여 뿌리 여윈 나는 단한 시절의 묏등도오르지 못하였고 허깨비,허깨비로 뒹굴다 지친 고갯마루에무분별한 출분의 꿈만 움터놓았다모든 미어지는 가슴들이그들 몫의 미어지는 가슴들이그들 몫의 미어지는 꽃이라면꽃이라면 아아세상의 끝까지 가리라 했던죽어, 죽어서라도보리라 했던 저 숲 너머의 하늘무엇이 꿈이냐 무엇이시간이냐 푸르름이냐 빛이냐 나무여,나무여잠깐의 참회를 배우기 위해그토록 많은 세월을 죄지었던가알 수 없다 알 수있는 것은 다만 이 목마름을 건너저 버려진 잡목숲 사이로몸 번져야 할 일몸 번져 오래 울어야 할 일좋다 계절이여 오라눈발이여퍼부어라, 이 불타는 수액을뒤덮어다오, 그 위에찬란히춤추어도 좋으니.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에서 그들 몫의 미어..

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돌았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눈물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