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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내가 나에게> 이해인

His 제이 2024. 4. 22. 21:13

 

내가 나에게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나에게
푸른 엽서를 쓴다
 
어서 일어나
섬들이 많은
바다로 가자고
 
파도 아래 숨쉬는
고요한 깊이
고요한 차가움이
마침내는 따뜻하게 건네오는
하나의 노래를 듣기 위해
끝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이젠
사랑할 준비가 되었냐고
만날 적마다 눈빛으로
내게 묻는 갈매기에게
오늘은 이렇게 말해야지
 
파도를 보면
자꾸 기침이 나온다고
수평선을 향하여
일어서는 희망이
나를 자꾸 재촉해서
숨이 차다고 -
 

시인 이해인

Hiroyuki Izutsu 作

 


 
 
나에게 편지를 써 본 적 있나요?

나는 매일 나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런 일상은 꽤 오래 되었는데요, 일기를 편지식으로 쓰고 있어요.
 
나는 나에게 말 거는 것도 어렵지 않고, 대답을 기다리다 듣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요즘은 이전과는 다른 대화를 하고 있어요. 뭐냐면... 내 마음이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요.
 
그동안 나는 내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다고 자부했어요. 그런데 음... 읽어주긴 하는데 진짜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겨주지 못했던 거예요. 예를 들면, 정말 지치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쾌적한 환경을 위해 청소는 해야지. 얼른 씻어야지. 해야할 일은 하고 자야지.'
 
내가 진짜 원했던 건 '많이 지쳤구나' 라고 마음을 읽어주고, 만사 제쳐두고 쉬게해주는 거였는데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건 하나의 예이고,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그걸 다 접수하느라 바쁘면서도 내게 정말 좋은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어느 날 나의 내면에 귀기울이고 들어보니 '정말 지쳤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이 미안했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나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었는데도 '해야지, 힘을 내, 이러다 못 일어나면 어떻게 해. 무기력하면 안돼. 나는 그걸 혐오해' 라며 진짜 마음을 들어 주지 않았던 나에게.
 
오늘 아침, 나는 나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미안해. 그동안 너의 진짜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해서.. 약해질까봐 재촉하면서 너의 필요, 감정, 욕구 모두 한 귀로 흘렸어. 그동안 잘 돌보아주지 못해 미안해. 무기력해도 괜찮아. 못 일어나도 괜찮아. 그래도 내가 떠나지 않고 곁에 있을게. 힘내고 싶지 않으면 힘내지 않아도 돼. 내가 앞으로 잘 돌보아줄게.' 라구요.
 

- J -

 

읽고 있는 책 「오제은 교수의 자기사랑노트」

 

 
 

 
 
시인 이해인 19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