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봄, 봄날은 아침🌿

Ω힐링그림책 < 동물원 > 앤서니 브라운 본문

치유가 되어 줄 Art/힐링그림

Ω힐링그림책 < 동물원 > 앤서니 브라운

His 제이 2023. 10. 8. 18:46
동물원 (2002)
ZOO
앤서니 브라운 / 논장

 
 
 

 
 

지난 일요일, 우리 가족은 동물원에 갔어.
나랑 동생은 무척 신이 났어.

하지만 차가 너무 막혀서
동물원까지 가는 데 한참 걸렸어.

나랑 내 동생 해리는 너무 지겨웠어.
그래서 티격태격했어.

해리가 울자 아빠는 나만 꾸짖었어. 억울했어.
아빠는 해리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만날 나만 나무라셔.

갑자기 아빠가 물었어.
 
"우리가 만난 지옥이 무슨 지옥인 줄 아니?"
"몰라요."
 
해리가 대답하자, 아빠가 큰 소리로 외쳤어.
"바로 교통지옥이지."
 
다들 '와하하' 웃었어. 나랑 엄마랑 해리만 빼고.
 


드디어 동물원에 도착했어.
아빠는 매표소 아저씨와 실랑이를 벌였어.

아빠는 해리가 네 살이니까
입장료를 반으로 깎아 주어야 한다고 우겼어.
(사실 해리는 다섯 살이 넘었어.)
 
"이런 날강도 같으니라고!"
아빠는 버럭 소리를 질렀어.
 
가끔 아빠 때문에 창피해 죽겠어.
 


우리는 동물원 안내 지도가 없어서
무턱대고 돌아다녔어.

나랑 해리는 고릴라와 원숭이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재미없게도 다른 동물들붙터 봐야 했어. 
 

코끼리 우리에 들어갔더니 냄새가 지독했어.
코끼리는 한쪽 구석에 얼굴을 처박고 서 있었어.
 


나랑 해리는 몹시 배가 고팠어. 
엄마가 초콜릿을 챙겨 온 게 생각나서 물었어.
 
"초콜릿 먹어도 돼요?"
 
아빠가 말했어.
"지금은 안 돼."
 
해리가 칭얼댔어.
 
"왜요?"
"왜냐하면..."
"왜 안 되는데요?"
 
내가 다시 묻자, 아빠가 말했어.
"내가 안 된다고 했으니까."
 
아무래도 아빠는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야.
 
 

 


그다음에는 호랑이를 구경했어.
호랑이는 우리 담을 따라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돌아서서 다시 반대쪽으로 걸어갔어.
호랑이는 계속 그러기만 했어.
 
"너무 불쌍해"
엄마가 말하자, 아빠가 코웃음 쳤어.
 
"저 녀석이 쫓아오면 그런 소리 못 할걸.
저 무시무시한 송곳니 좀 보라고!"
 

 
 

해리와 나는 너무너무 배가 고팠어.
"이제 점심 먹으면 안 돼요?"
 
내가 간절히 묻자, 엄마가 대답했어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하지만 동물원에 온 지 몇 시간이나 지난 것 같았어.
해리가 나를 툭 치기에, 나도 해리를 걷어찼어.

그러고는 잠심 뒤엉켜 싸우다가, 
또다시 아빠한테 꾸중을 들었어.
 

 
 

그다음에는  펭귄을 구경했어.
텔레비전에서 펭귄을 볼 때는 재미있었는데,
오늘은 먹을 것만 생각났어.
 
아빠가 물었어.
"동물원에 있는 동물 가운데 먹을 수 있는 것은?"
 
나는 투덜거리듯 말했어.
"몰라요."
 
아빠가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어.
"붕어빵이지!"
 
아빠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배를 움켜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 댔어.
 

엄마가 말했어.
"얘들아, 뭐 좀 먹으러 가자꾸나."
 

식당은 훌륭했어.
나는 토마토케첩을 듬뿍 발라 햄버거와 감자튀김과 콩을 먹고,
산딸기 소스를 얹은 초콜릿아이스크림도 먹었어.
정말 맛있었어.
 
그러고 나서 우리는 선물 가게로 갔어.
거기서 용돈으로 우스꽝스러운 원숭이 모자를 하나씩 샀어.
 
"어느 게 원숭이지?"
누가 말했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거야.
 


그리고 우리는 북극곰을 보러 갔어.
북극곰은 꼭 바보처럼 하릴없이 왔다 갔다 하기만 했어.
 


그 다음에는 개코원숭이를 보았는데, 조금 재미있었어.
개코원숭이 둘이 싸우자, 엄마가 말했어.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구나.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지만."
 

 


 



오랑우탄은 웅크린 채 구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어.
아무리 고함을 지르고 유리문을 탕탕 두드려도
가만히 있었어.
너무 불쌍했어.
 

드디어 고릴라를 구경했어.
고릴라를 보니까 참 재밌었어.

아빠는 이번에도 킹콩 흉내를 냈지만,
다행히 우리 가족 밖에 없었어.
 
어느 덧 집에 갈 시간이 되었어. 
차 안에서 엄마는 오늘 뭐가 가장 좋았냐고 물었어.

나는 햄버거랑 감자튀김이랑 콩이라고 했고,
해리는 원숭이 모자라고 했어.
 
아빠는 집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어.
그러고는 엄마한테 저녁에 뭘 먹을 거냐고 물었어.
 
엄마는 씁쓸하게 말했어.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곳이 아닌 것 같아.
사람들을 위한 곳이지."
 
 

 



그날 밤,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어.
 
 

동물들도 꿈을 꿀까?
 
 

 
 

 

 


🐘🐒🦍

 

 

 

동물원,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 사는 인위적인 공간.

사람들이 동물원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 부모의 관점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직접 보는 경험을 선물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라며 집을 나선다.

 

그러나 통과해야하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교통의 체증, 줄서기, 안내지도없이 걷고 또 걷는 고단함.

 

아이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장난을 치거나 티격태격하고..

집을 나설 때 충만했던 기대감은 사라지고 짜증만 가득하다.

그럭저럭 동물구경은 했지만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

 

 

 

 

 

# 아이들의 관점에서

오랜만에 나들이를 간다.

책이나 TV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니 벌써 신난다.

엄마아빠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고, 기분이 좋다.

 

차가 밀린다. 언제 도착하지? 아무것도 할 게 없고 심심하기만 한데.

동생이랑 장난치다가 형은 야단을 맞고 억울해지고, 벌써 기분이 상한다.

 

배가 고픈데 부모님은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음식을 사려면 돈을 지불해야하는데 우리는 돈이 없으니 당연히 부모의 의견에 따를 수 밖에.

괜히 짜증이 난다. 뭔가 억울하고. 괜히 동생에게 시비를 걸고 싶어지네. 티격태격 2차전.

또다시 형이 혼을 맞고 억울해지는 상황.

 

(그러고보면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서로 툭툭 치는 장난을 하다가 싸움으로 번지고 그러다 혼이 나고... 누군가는 억울해지고, 누군가는 눈치를 보고.. 혼을 낸 사람의 기분은 좋을 리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 그게 아이들의 특성. 고의가 없는. 그러니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것이 어른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동물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배고플 때 먹었던 점심이었고, 기념품으로 산 모자였다.

동물원에 갔던 부모의 기대와 전혀 달랐던 포인트.

 

 

 

 

 

# 동물의 관점에서

사람들이 우리를 매일 찾아온다. 자주 성가시다. 사람들은 왜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걸까?

 

때로는 무례하게 구는 사람도 있다. 먹이를 던지는 것도 기분 나쁜데, 손에 잡히는 건 무엇이나 던지는 사람들..

우리에게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 때나 찾아 와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알까? 

그들은 우리를 관람하러 왔다지만 우리도 그들을 관람한다는 사실을.

장소의 개념만 바꾼다면 그들이 서 있는 그곳이 곧 동물원이라는 사실을. 

 

 

 

 

 

 

 

 

 

 


우리도 꿈을 꾼다는 사실을..
Anthony Browne (19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