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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유월의 언덕> 노천명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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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유월의 언덕> 노천명

His제이 2024. 6. 18. 22:51

 

유월의 언덕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 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1958, 노천명 제4시집 「사슴의 노래」 에서

릴리스 作

 


 
 
시인은 고독 속으로 침잠했던 것일까.
 
유월이 보내는 이 아름다움을 정녕 나눌 사람이 없었던 것일까. 홀로 이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었던 것일까. 고독을 자처하고 좋아했던 그녀이지만 이 시 속에서는 고독을 안타까워하는 느낌이 든다.
 
아름다움을 인식한다는 것, 느낀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얼마나 큰 특권인지.
 
이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지.
 

- J -

 
 
 
 
 
노천명盧天命 ( 1912~19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