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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어떤 죽은 이의 말> 이해인

His 제이 2024. 6. 15. 18:40

 

어떤 죽은 이의 말

 
안녕?
나는 지금 무덤 속에서
그대를 기억합니다
 
이리도 긴 잠을 자니
편하긴 하지만
땅속의 차가운 어둠이
종종 외롭네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 싶은 이들도 많은데
이리 빨리 떠나오게 될 줄 몰랐지요
나의 떠남을 슬퍼하는 이들의
통곡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해요
 
서둘러 오느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 해 미안합니다
 
꼭 한 번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돌아간다면 더 멋지게 살 거라고
믿는 것도 나의 착각일 겁니다
 
내 하고 싶은 많은 말들
다 못 하고 떠나왔으나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삶의 정원을
순간마다 충실히 가꾸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새겨듣고
웬만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 키워가라는 것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은 아니라도 좋아요
그저 물과 같이 담백하고 은근한 우정을
세상에 사는 동안 잘 가꾸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큰 사랑이 된다는 것
오늘도 잊지 마세요. 그럼 다음에 또.... 
 

이해인 「꽃잎 한 장처럼」에서
《Bridge at Old Lyme, 1908》 Childe Hassam

 
 
 
 
 
그럼 다음에 또...
 
 
 

 

시인 이해인 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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