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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봄, 봄날은 아침🌿
수필 <오월의 시정詩情> 노천명 본문
오월의 시정詩情
만나는 사람마다 나더러 얼굴이 요새 못됐다는 인사다.
십여 년대 가지고 오는 불면증이 하필 요새라고 얼굴을 더그를칠 이유가 없을 것이고, 별나게 봄을 탄다거나 여름을 타는 체질이 아니고 보매 계절이 바뀌는 까닭도 아닐 게다.
웬일인지 메모첩을 보면 날마다 나갈 일이 있고, 저녁때 집으로 발을 옮길 무렵이면 정말이지 몸이 괴롭다.
<여성문화총서>를 내 보려고 힘에 부치는 것을 애를 쓰고 다니노라니 정신적으로 지친 것은 속일 수 없이 육체로 나타나는 모양이다. 자꾸만 올라가는 종이값에 위협을 느끼는 일은 오히려 단순하다고 할까, 좋은 내용을 내놓으려는 데서 필자진이 없는 것이 내 머리를 아프게 해주고 내 얼굴을 깎아 내리는 모양이다. 이 제목에는 누구에게 맡겨야 탁상공론이 안 되고 우리 가정 생활에 살아서 뛰어들어 갈 수 있을까, 문제는 여기서 번번이 내 머리속을 고단하게 만든다.
나는 이런 생각들과 길을 걸으면서도 같이 하게 되었다.
이러한 동안 꽃이 피고 떨어도 지고, 가닥 눈을 들어 보면 잎이 파아랗게 신록이 되어 가는 것을 본다. 그 좋아하는 화초가 요새는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루는 집에를 들어갔더니 조카딸이 있었다.
오래간만에 신을 벗고 마루를 오려다보니 탁자 위에서 내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다. 난데없는 흰 라일락꽃의 출처를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라일락이 웬 거냐?"
나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고 이어 저녁상을 받았다. 라일락꽃은 방으로 옮겨오게 되었다. 나는 물끄러미 한참을 바라다보았다. 좁은 우리 방엔 강한 정도로 향기가 진동을 한다. 그 멋없이 나는 나온다는 소리가,
"혼인을 하려면 5월에 해야겠다. 신부 꽃으로 라일락이 그만이겠군, 저렇게 하구 잎사귀가 또 저처럼 이쁘게 생기구 푸르지, 게다가 이 강한 향기....혼인을 하려면 5월에 해야 할 일인데..."
하자, 의대에 다니는 조카딸이,
"5월두 초순이래야지, 조금 늦으면 낙화落花져요."
나는 속으로 내 조카딸을 시집보낼 때는 꼭 이 라일락꽃을 들리워서 식장에 들여보내리라.....고 은근히 궁리를 하며 실로 오래간만에 봄다운 순간을 가질 수 있었거나와, 젊은 이 의학생이 요 먼저는 하아얀 실험 종지에다 바이올렛을 하나 캐서 심어 가지고 와 내 문갑 위에다 놓아주더니 이번에는 또 라일락꽃을 들고 들어왔다.
5월의 시정詩情은 젊은 여의학도에게도 스며드는 모양이다.
노천명, 1949

나의 지난 오월은 힘에 부치고, 정신적으로 지치고, 번번이 머릿속이 고단했던 날들이었다. 길을 걸으면서도 떠나지 않던 고민들.. 그런 중에도 오월의 하늘과 무성한 나무와 꽃들이 내 시야를 비집고 들어왔다. 나의 머릿속은 안개여도 내가 숨쉬고 있는 세상은 온통 맑음이었다. 오월의 시정은 고뇌하는 이에게도 스며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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