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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감회복
- 가을 시
- 나선미
- 그리움의 시
- 마음챙김의 시
- 류시화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 미움받을 용기
- 봄에 읽기 좋은 시
-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 힐링 그림책
- 감성시
- 힐링그림책
- 자존감
-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 너를 모르는 너에게
- 외모 자존감
- 희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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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현
- 윤동주
- 사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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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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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 윤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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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힘이 되어 줄 책 (174)
때는 봄, 봄날은 아침🌿

인생이 완성되지 않은 영화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만들어가는 중인 영화 속에 내가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이제 시작이다"라든가 "다 끝났다"처럼 삶을 단정 짓거나 특정 순간에만 머무르며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적어진다. 모든 삶이 흘러가는 중이니까. 흘러가는 대로 기쁨과 행복 그리고 사소한 것들을 만끽하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엔딩 크레디트가 아직 올라가지 않은, 때론 심심한 장면들이 나오는 영화처럼 지나간 것에는 연연하지 않고 매일 다가올 것을 잘 느끼며 잘 살아갈 수 있기를. 이창섭, 「적당한 사람」 중에서 나는 인생이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어쩌면 하나의 소설. 허구는 아니나 허구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삶. 오늘은 4월의 첫날이었고, 그 첫걸음을 멋지게 떼고 싶었는데 엉망진창..

엄마는 나에게 언제나 겪어볼 여유를 줬다. 우리 집은 대체로 뭔가를 강하게 억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많은 것을 경험해 본 다음 나에게 맞는 것, 옳다고 여겨지는 것을 배워갈 수 있었다. 스케이트보드 선수 준비를 하다가 발목에 부상을 입었을 때도, 엄마는 진로 변경을 위해 나를 채근하거나 특정 분야를 고집하지 않았다. 대신 나에게 드럼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드럼을 배워보겠냐고 물어본 이유도 전공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하게 에너지를 발산할 겸 새로운 무언가를 접해보라는 의미였다. 엄마는 이런 식으로 내가 안 해본 것들을 잘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옆에서 약간의 길잡이 역할만 해주었다. 나도 성격상 뭘 하기 전에 하나하나 다 물어보는 타입이 아니라, 직접 해보고 그래도 안 ..

어릴 땐 특히 비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순간들이 여럿 있는 것 같다. 성적으로 등수가 매겨지는 학교에서나, 연습생 때처럼 말이다. 옆 친구와 실력을, 연습 시간을, 상대방이 갖춘 능력치를 계속해서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상황 속에서 결코 우리는 저울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나도 어릴 땐 세상이 그런 경쟁사회라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기 때문에 연습생 생활을 잘 버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내 안의 중심이 단단해져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집단생활이 많고 학교에서 알려주는 대로 따라야만 했던 10대 때와 달리 , 20대 그리고 30대를 맞이하면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걸 느낀다. 그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면 금세 비교의..

내 직업은 하늘 위를 둥둥 떠다니는 사람이 되기 쉽다. 아이돌 그룹 활동을 한창 하는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는 대중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일 대부분을 회사가 케어해준다. 아티스트가 무언가 경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조력해주시는 분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정될 때가 많다. 내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해외를 나갈 일이 있을 때 비행기 티켓을 대신 예약해주시는 등 나를 대신해 여러 일들을 도와주는 직원분들이 계신다. 반면 같은 시기를 살아가는 또래 친구들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일들을 감당하며 사회의 일원이 되어갈 준비를 한다. 혼자 자취방을 구하거나 때론 집주인과 씨름하며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하고, 환승을 잘못 했네, 이 길은 택시를 탔으면 안 됐네 하면서 하루의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시행착오를 반복..

어른들은 학창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공부는 다 때가 있다고들 하고,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내 경우를 생각하면 그때가 아니었으면 언제 또 그 열정으로 웃음과 유행을 탐닉했을까 싶다. 십 대의 질투와 결핍, 세상을 알고 싶은 마음보다 더 강한 동력이 있을까. 6년 남짓한 교복시절을 자양분으로 평생을 먹고 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더 알아가고 싶은 호기심과 잘하고 싶은 욕심은 십 대 때 듣던 라디오와 친구들의 웃는 얼굴에서 찾았다. 가끔 길에서 만나게 되는 교복 입은 친구들에게 내가 뒤늦게 알게 된 것들을 전해주고 싶다. 아니, 사실 제일 먼저 말해주고 싶은 사람은 두말할 것 없이 2000년 대 중반의 소년 문상훈에게. 너 많이 잘못한 거 아니야. 십 대를 잘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은 조금 ..

형 있지. 잘 들어. 나는 형을 단 한 번도 이해하지 못 해왔어. 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형이 하는 말에 끄덕여왔던 것도 관성적으로 했던 거야. 그래서 형을 외롭게 두었어. 형이 외로워했던 것도 많이 보이고 그랬는데, 못 본 체했어. 사실 그때 형의 일그러진 표정이나 주저앉은 모습을 보면 길 가던 모르는 사람도 와서 안아줬을 텐데. 그게 두고두고 생각나. 그래서 아주 미치겠어. 내가 후회하지 않으려고 살아오면서 정말 노력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어 형. 형 사실 나는 미안한 마음 건너편에 추 올려놓듯이 형을 미워했거든. 형을 생각하는 저울이 미안한 쪽으로 자꾸 기울어져서 안 미안해하려고 억지로 미워했어. 그래야만 덜 미안할 수 있어서. 미안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미안해져서 내가 힘들까 봐. 나 편하자고 ..

네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네 이름 옆에 내 이름을 같이 적어내도 어색하지 않기를 기도도 하고, 그것이 매일 나를 열심히 살아가게 해. 고마워. 아침잠 많은 내가 아무리 피곤해도 일어나게 해주고 오래오래 천천히 늙을 수 있도록 영양제도 열심히 챙겨 먹게 해. 그런 것들이 버겁다는 생각보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을 두고 봤을 때도 후회가 적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떤 것보다 가장 큰 동기가 돼. 사람들이 가족 행복 돈 명예 지위 같은 인생의 목적들을 고민할 때 나는 주저 없이 너를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이 마음을 너는 모르지. 가끔 그런 질문을 하곤 해. 너를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설명하기 어려운 ..

내가 생각하는 적당함은 '감당할 수 있는 선이 맞춰진, 그 선을 내가 잘 유지하고 있는 조화로운 상태'에 가깝다. 물론 이 상태를 추구하다 보면 가끔은 그 비중이 우연히 반반에 가까워질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내게서 뗄 수 없는 것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데 있다. 자유와 구속을 예로 들어 보겠다. 데뷔 초창기에는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쏟아지는 잣대가 엄격하게 느껴져 반항 어린 마음을 가지기도 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는 너무나 신중하게 해야 했었으니까. 그래서 그땐 자유와 구속이라는 정반대의 속성을 두고 지금보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자유로운가 혹은 억압받고 있는가로 나누어 생각하며 답답해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두가지로 나누어 재단할..

안녕이라는 말도 너무 급하지. 갑자기 생각이 나서 편지를 쓰게 됐어. 미안하다는 사과부터 할게. 사과하려고 적은 편지는 아니고 어쩌면 반대에 가까운데 이 편지를 내용도 모르고 읽을 너의 표정이 상상돼서. 너무 반갑게 읽으면 미안해서. 속으로 깊이 미워했어. 너도 알지? 그것도 미안한데, 사실 더 미안한 건 그렇게 죽일 듯이 원망했으면서 만만하다는 이유로 너를 너무 쉽게 핑계 삼았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유독 예민해질 때마다 네 이름을 댔어. 내가 아니라 네가 그랬다고. 사실 너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 성질머리였을 때도 많았는데. 그냥 네 이름으로 눙치고 지나갔어. 미안하다. 어쩌겠니. 가끔은 정말 너 때문에 그런 적도 있었으니까. 그땐 모를 때가 많았지만. 널 처음 ..

당신이 보고 싶은 마음에 눈을 감았을 때 내가 아는 당신의 표정은 얼마 되지 않아서 당신은 꼭 한 표정으로만 앉아 있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상상도 못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 옆에 있는 내 표정을 연습한다. 언젠가 당신 옆에 섰을 때 내 표정을 당신과 어울리게 짓고 싶어서 내가 지을 표정의 모수를 늘리게 된다. 그런데 그럴 일은 없다. 그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깊은 수심에서 감압을 생각하지 않고 해수면으로 오르내려 병에 걸린 잠수부처럼 지금 당장 죽고 싶다가도 당신과 영원토록 살고 싶은 감정이 너무 휘몰아쳐 마음이 자꾸 너덜너덜해지는 것이다. 이런 반복을 하는 동안 나는 당신에게서 자꾸 멀어진다. 멀어지는 행동만 한다. 벌레가 되어 옆에 있고 싶다가도 그건 너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