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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봄, 봄날은 아침🌿
시 <봄편지> 이정하 본문
봄편지
누나
올해도 어김없이 참꽃이 피었어.
지난 겨울, 발목까지 눈이 내리는 날이나
세찬 바람이 불어 우리집 문풍지를 흔들 때면
동네 아이들의 함성소리는 이 언덕배기에서
날리는 연처럼 울려퍼졌지만
난 혹 참꽃이 얼어죽지는 않을까 마음이 졸여져
남 몰래 연줄을 거두곤 했어. 하지만 누나
그저께부터 온 산에 들에 참꽃이 피어나는 걸 보면서
참꽃은 기다리면 기다리는 만큼
더욱 아름답게 피어난다는 걸 알았어.
보고 싶어하면 보고 싶어할수록
반갑다는 걸 알았어.
누나
참꽃이 피면
참꽃이 피면 돌아온다는 말 벌써 잊었어?
내게 약속하며 걸던 새끼손가락의 따스한 느낌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는데
싸리문 밖을 내다보면
맨날 할 일 없는 햇살만 가득해.
누나
누나가 있는 곳은 얼마나 먼 나라길래
답장도 할 수 없을까.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내 편지도 전해줄 수 없다 했을까.
이 편지를
꼭꼭 접은 종이배로 만들어 시냇물에다 띄우면
누나가 받아볼 수 있을까.
종이연을 만들어 하늘 높이 날려보내면
누나가 받아볼 수 있을까.
누나
사람은 죽으면 다 자기가 좋아하는 꽃으로 피어난다는 거
정말이야? 그렇다면 누나는 틀림없이
참꽃으로 피어났을 거다.
연분홍 불빛 같은 참꽃으로 피어났을 거다.
누나
어젯밤엔
참꽃을 한아름 꺾어다가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었어.
꿈 속에서 본 누나의 모습은
참꽃보다 더 환하고
눈이 부셨어.
- 이정하
이정하 「편지」 중에서
누나!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생생하다. 내 동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렇게 누나를 따르고 좋아했을 동생이 누나가 없는 날들 속에서
누나를 떠올리며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웠을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앞 날은 어찌될지 모르니까.
인사를 나눌 겨를없이 내가 떠나게 될 상황을 대비하여(아마도 이 상황은 불의의 사고일 것)
편지를 써 본다. 내 동생에게.
💌 나의 사랑, 나의 동생아
인사도 없이 누나가 떠나서 무척 당황스럽지?
혹시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 편지를 써둔다.
너는 무척 슬퍼하겠지. 누나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동생아 그렇지 않아. 누나 괜찮아.
나는 우연 속에 있지 않고, 섭리 속에 있다고 믿거든.
내가 재난이나 사고로 생명을 잃었다 할지라도 말이야.
그러니 슬픔에 오래 잠겨있지 말고, 힘내어 살아가. 알았지? 그럼 나는 정말 기쁠거야.
누나는 날마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어. 그리고 아직 가보지 못한 그 세계가 궁금했어. 그래서 죽음이 두렵지 않았어. 누나 답다고? 훗 :-)
이 세상 사는 동안 충분히 누렸고 행복했단다. 아쉬움 없단다. 그러니 슬퍼하지 마.
너를 동생의 인연으로 만나게 해 주신 분께 감사해. 너와 함께 한 유년의 시간이 내겐 큰 행복이었어. 그 추억 그대로 가지고 간다.
우리의 하나님께서 너를 돌보시고, 슬픔대신 기쁨으로 채워주시기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See you!🙋♀️
- 너를 사랑하는 누나가
p.s. 어린 날 우린 친구처럼 지냈지. 넌 지금도 나에게 친구야. 둘도 없는..
고마워. 개구쟁이 내동생, 너와 함께 놀았던 기억들 소중하게 간직할게. 우리 다음에 만나서 또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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