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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부재를 부정할 일이다> 이경선 본문
부재를 부정할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밤하늘 어딘가 흐르고 있을
초롱한 별들의 무리와
수평선 지나 홀로 떠 있을
자그마한 섬 하나와
도시 너머 노니고 있을
재잘재잘 새들의 이야기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도
살아 숨 쉬는 것들이다
당신도 내게 그러하다
두 눈에 담지 못하여도
존재는 숨처럼 분명하니
부재를 부정할 일이다
이경선 시집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에서

꼭 1년 전 오늘, 거대한 슬픔이 찾아왔다. 사실 그것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확인이었기 때문에 언젠가 알게 될 일이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희망에 부풀어 있던 나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내가 있었다. 이후로 꼬박 1년, 나는 무엇을 연료로 하여 그 슬픔을 간직하였던가. 이미 부재한데..
1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해 있을까 무척 궁금했다. 요 며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날들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면 떠오르던 얼굴을 애써 떠올리지 않았고, 마음으로 부르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목소리도 웃음소리도 떠올리지 않았고, 그 눈동자도 떠올리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리움으로부터 무감각해졌군... 더 이상 슬프지 않네. 이제 잊을 수 있나 봐.
그런데 어젯밤 웬일인지 밤을 꼬박 새웠다. 잠을 청하려고 무던히 애썼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정신이 또렷해져서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동이 틀 무렵 얕은 잠을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다. 세안 후 문득 바라본 손등에 수포가 올라와 있었다. 괜찮은 척 한 나와 달리 몸은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1년 전 오늘의 당혹감과 슬픔을.
그래, 필요하다면 이 과정도 거치리라. 그래서 몸도 마음도 기억도 제대로 놓이고 새로워진다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도
살아 숨 쉬는 것들이다
당신도 내게 그러하다
두 눈에 담지 못하여도
존재는 숨처럼 분명하니」
이것이 내 슬픔의 연료였던가. 이제는 부재를 긍정할 일이다. 그래 주기를 바란다, 오늘의 나에게.
- J -
시인 이경선 (199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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