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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바다에의 향수> 노천명

His 제이 2024. 7. 19. 22:08

 

바다에의 향수

 

기억에 잠긴 남빛 바다는 아드윽하고

이를 그리는 정열은 걷잡지 못한 채

낯선 하늘 머언 뭍 위에서

오늘도 떠가는 구름으로 마음을 달래보다

 

지금쯤 바다 저편엔 칠월의 태양이 물 위에 빛나고

기인 항해에 지친 배의 육중스런 몸둥이는

집시⼀의 퇴색한 꿈을 안고 푸른 요 위에 뒹굴며

낯익은 섬들의 기억을 뒤적거리며....

 

푸른 밭을 갈아 흰 이랑을 뒤에 남기며

장엄한 출범은 이 아침에도 있었으리....

늠실거리는 파도⼀ 바다의 호흡⼀ 흰물새⼀

오늘도 내 마음을 차지하다⼀

 

노천명, 1938.1 제1시집 「산호림」에서

《Seascape near Les Saintes-Maries-de-la-Mer, 1888》 Vincent Van Gogh


 

 

늠실거리는 파도⼀ 바다의 호흡⼀ 흰물새⼀

오늘도 내 마음을 차지하다⼀

 

오늘도 내 마음을 차지하다.

오늘도 내 마음을 차지하다..

이 짧은 문장을 거듭 읽어본다.

단순한 문장인데 어쩜 이렇게 울림이 클까..

한 사람의 마음을 차지하는 그 무언가는

그 이유만으로 고귀하고 아름다워진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오늘도 내 마음을 차지하는 것, 나 알고 있으니

그 아름다움은 영원히 내 마음 속에.

 

- J -

 

 

 

 

 

 

노천명盧天命 ( 1912~19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