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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벗이 온다고 한다> 이바라기 노리코

His 제이 2024. 7. 30. 22:37

 

벗이 온다고 한다

 
가까이 사는 벗이 온다고 한다
큰일이네
와인은 참새 눈물만큼 밖에 남지 않았고
맛있는 과자도 어젯밤 동이 났어
과일 따러 달려갈 과수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신없이 바쁜데
방 안엔 희미하게 먼지마저 쌓였네
침착해    침착해
손님만 온다 하면 뭘 내올까 걱정이야
촌스러워 그런가
아니 그런 말 마
그날 문득 생활의 얕은 뿌리를 느꼈다
당황했던 것이다
그 순간 고풍스런 그림처럼
머릿속에 떠오른 찬장 속 앵두 한 접시
아아 살았다
멀리 사는 친구가 보내준
반들반들 윤기 나는 앵두 열매
한 알 한 알 입속에 넣으며
언어의 샴페인이라도 따보자
샴페인이 어떤 술인지는 알지 못해도
기세 좋게 뿜어 나온다는 건 거의 확실해
내일까지 꼭 해야 하는 작업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똑똑똑    우리 집 문을 두드려
찾아와 준 이의 마음이 더 소중하지
터져 나오는 수다에 취해
자르르 흩뿌리자      보석 같은 이야기를
남의 욕은 욕답게
처참히    갈기갈기    사정없이
여자들의 떨리는 분노로 성냥불을 붙이자
지금 이 순간을 '빛나는 이야기'로 가득 채우기 위해
허식은 훌훌 벗어던지고
우리의 혼을 불러내자!
나의 가까운 벗은
아픔과 부끄럼을 숨기지 않으며
참신한 르포를 슬쩍 던져주고
나 또한
모른 척 그녀의 마음에
오래전 유행하던 여행가방 라벨 같은
잊지 못할 이야기 두엇을 붙여본다

이바라기 노리코,  「처음 가는 마을」에서

 

《Afternoon Tea, 1953》 Gregory Frank Harris


 
내 친구 K가 왔다. 그러고 보니 석 달만에 만나네.
우리는 대학 때 만나 같은 과를 졸업하고
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
성격은 다르고 서로를 잘 이해하는 친구.
우리의 공통점이란
특히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것.
그러니까 이 일을 하고 있겠지.
나는 어제부터 일주일간 방학. K는 내일까지 방학.
멀리 있는 이곳까지 와줘서 고마운 마음.
오랜 시간 변치 않고 한결같아 고마운 마음.
그레이스도 함께 있다면 좋을 텐데..
내년에는 함께 할 수 있기를!🤍


- J -

 
 
 

 


다음 기약은 시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