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Ω힐링그림책 <우리 할머니 김복자> 서미경 본문

치유가 되어 줄 Art/힐링그림

Ω힐링그림책 <우리 할머니 김복자> 서미경

His 제이 2024. 8. 31. 19:10
우리 할머니 김복자 (2018)
서미경 / 봄의 정원

 
한 장 한 장마다 정감이 느껴지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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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급한 일이 생겼어요. 그건 단이가 할머니 집에 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단아, 미안 .... 엄마가 이렇게 부탁할게."
"싫어! 할머니 집은 싫단 말이야."
"엄마가 단이 좋아하는 생크림 케이크 사 올게, 응?"
 
현관문에 들어서면서도 단이는 화가 나 있었어요.

"어이구, 우리 예쁜 똥깽이 왔네."
"아, 할머니, 진짜! 단이라니까!"
"그래, 단아, 밥은? 할미가 돈가스 해 줄까?"

단이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아 버렸지요.

할머니 집은 너무 심심해요.
지난 여름에 할머니가 사 주신
멋진 축구공이 있긴 하지만,
할머니 집에는 같이 놀 친구가 없는걸요.

"할머니, 같이 축구해요!"

"할머니 얼른요. 빨리빨리요!"
"아이고, 단아. 할미는 무릎이 아파서...
여기서 단이가 축구하는 거 볼게."

'치, 재미없어. 혼자 무슨 축구를 해.
이렇게 심심한데, 엄마는 나만 할머니 집에 두고...'
 
단이는 심술이 나서 축구공을 뻥 차 버렸어요.

책장을 맞고 튕겨 나온 축구공이
단이의 머리를 맞혔어요.
약이 오른 단이는 또 한 번 뻥 차 버렸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해요.
책장으로 날아간
축구공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바로 그때였어요.
"이 공, 네 거니?"
책장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으악!"
단이는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어요.
숨을 한 번 크게 쉬고는
조심조심 책장 쪽으로 다가갔지요

"넌 누구야?"
"난 복자인데? 넌 누군데 우리 집에 있어?"
"우리 할머니 집인데... 그 공 줘! 내 거야."
"싫어, 뻥 차 버릴 때는 언제고?
가져가고 싶으면 밖에 나와서 나랑 같이 놀자."

어느새 복자는 공을 들고 달리기 시작했어요.
"어, 같이 가!"

복자는 날쌘 제비처럼 재빠르게 달렸어요.
단이도 질세라 바짝 뒤쫓았고요.
둘은 깔깔거리며 신나게 놀았어요.

"아야!"
단이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복자야, 잠깐만, 나 넘어졌다고!"
단이가 불러도 복자는 계속 달려갔어요.

그때였어요.
"너 왜 우니? 어디 다쳤어?"
햇살 속으로 빛나는 얼굴이 들어왔어요.
"누, 누구세요?"
"나? 난 복자라고 해. 자, 일어나, 누나가 약 발라 줄게."

누나는 단이 얼굴에 약을 살살 바르고
입으로 호오오 불어 주었어요.
그러고는 함께 만화책을 읽었어요.

단이는 홍길동이 되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고,
위대한 용사가 되어 우주 괴물이 된 누나를
멋지게 무찌르기도 했어요.

"나 찾아봐라."
"우주 괴물, 어디 숨었어?"

누나가 얼마나 꼭꼭 숨었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어요.

"복자 누나, 누나!"

밖으로 나와 골목 여기저기까지 찾아보았지만
누나는 보이지 않았어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단이는 코끝이 찡해졌지요.
꼬르륵!

"누나..... "

"누굴 찾고 있니?"
고개를 들어 보니 엄마를 꼭 닮은 이모였어요.

"누, 누구세요?"
"내 이름은 복자인데... 이 공, 네 거니?" 
'복자?'

단이는 잠깐 생각하며 축구공을 꼭 껴안았어요.
꼬르륵~ 꼬르르르륵~

"너 배고프구나?"
"우리 할머니가 돈가스 해 주신댔는데... 집을 못 찾겠어요."
"저런, 그럼 밥부터 먹고 같이 찾아볼까?"

 

복자 이모는 단이에게 돈가스를 만들어 주기로 했어요.
단이도 옆에서 거들기로 했고요.
돈가스를 직접 만들다니, 단이는 무척 신이 났어요.

"그런데 이모, 돈가스는 언제 먹을 수 있어요?"
"잠깐만.... 이제 다 됐어."

"조금만, 이제 진짜 다 됐어."
단이는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었어요.

"단아, 돈가스 다 됐다. 밥 먹자!"

이 장면이 특히 마음에 든다.

"왠일이야, 우리 단이. 잘 먹네."
"할머니 돈가스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이 장면은 눈에 담아두고 싶다.

 

 
작가의 말 🍁

 
어느 날, 생각에 잠겨 파란 하늘을 보고 있었어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늘의 구름처럼 흘려보내고 있을 때, 문득 돌아가신 엄마 아빠가 생각났어요. 여러분도 그럴 때가 있지요? 갑자기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을 때 말이에요. 이제 다 커서 어른이 되었지만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늘 같은가 봐요.
 
그렇게 오랜만에 엄마, 아빠의 모습이 담긴 앨범을 꺼내 보았어요. 앨범 속에는 엄마가 살던 오래된 집, 개구쟁이 표정을 한 어릴 적 꼬마 엄마와 백구가 있었지요. 수줍어하는 까까머리 소년 아빠도 만날 수 있었고요. 저는 한참 동안 꼬마 엄마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림책 속 단이처럼요.
 
그러고는 잠깐 생각했어요.
'만일 우리 엄마가 할머니가 되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단이의 이야기는 파란 하늘을 보던 그날, 이렇게 태어나게 되었답니다.
 
여러분도 가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앨범을 꺼내 보세요. 여러분보다도 더 어린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보는 거예요.혹시 알아요? 단이처럼 신나는 일이 생길지 말이에요!
 
- 사랑하는 부모님과 어린 시절 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