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Ω힐링그림 / 빨간머리 앤 / 명대사 #11"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지금까지 살아 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요" 본문

치유가 되어 줄 Art/힐링그림

Ω힐링그림 / 빨간머리 앤 / 명대사 #11"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지금까지 살아 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요"

His 제이 2024. 1. 21. 20:09

 앤이 목사관에 초대받다

 
 
"아니, 이번엔 또 무슨 일로 눈이 튀어나오려고 하니?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도 또 찾은 게냐?"
 
우체국에 갔던 앤이 뛰어들어 오자 마릴라가 물었다. 앤은 흥분에 휩싸인 채 눈을 반짝거렸고 온몸에서는 빛이 났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주머니. 하지만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요, 내일 오후에 목사관에 차 마시러 오라는 초대를 받았어요! 앨런 사모님이 우체국에 편지를 남겨 놓으셨지 뭐예요. 이거 보세요, '초록 지붕 집의 앤 셜리 양에게'

누가 저한테 '양'이라고 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몰라요! 전 이  편지를 제가 아끼는 보물들 속에 넣어 영원히 간직할 거예요."
 
마릴라는 이렇게 놀라운 사건에 대해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면 앤은 F, 마릴라는 T성향이 다분하다 :)
 
"앨런 부인은 주일학교 학생들을 모두 차례로 초대할 생각이라고 하더구나. 그러니 그렇게 들뜰 것 없다. 넌 무슨 일이든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습관을 길러야 해, 앤."
 
하지만 앤에게 차분해지라는 말은 천성을 바꾸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앤같이 풍요로운 영혼과 불꽃같은 정열, 이슬처럼 맑은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삶의 기쁨과 고통은 세 배나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마릴라도 이런 사실을 알았기에 이 감정적인 아이가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감당해 내지 못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들었고, 기쁨에 대한 보상도 고통만큼이나 똑같은 크기로 돌아올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마릴라는 앤에게 한결같이 조용한 성품을 길러 주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얕은 시내 위에서 춤추는 햇빛을 멈추게 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마릴라도 서글프게 인정했듯 크게 나아지지도 않았다. 간절한 희망이나 계획이 깨지면 앤은 고통의 나락에 빠졌다. 반대로 그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는 아찔한 기쁨의 천국으로 날아올랐다. 이 천방지축 말괄량이를 얌전하고 차분한 소녀로 바꾸겠다는 마릴라의 생각은 거의 절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게다가 마릴라 자신도 앤의 바뀐 모습을 본래 모습보다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 앤과 마릴라는 확연히 다른 성향 (감정적인 성향과 이성적인 성향)을 나타내는데, 앤은 마릴라의 신랄한 비난에도 결코 움츠러들지 않고, 마릴라는 앤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공감할 수 없으면서도 그런 앤의 모습을 점점 받아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앤은 이미 마릴라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었고, 마릴라 자신도 점점 앤을 그렇게 사랑해가고 있다. 이러한 것이 사랑의 표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아주머니, 오늘은 누구를 만나든 모두 사랑할 것 같아요. 제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아주머닌 모르실 거예요! 계속 이런 기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일 이렇게 초대를 받는다면 저도 모범적인 아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아주머니,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잖아요. 전 너무 걱정이 돼요.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면 어쩌죠? 전 목사관에서 차를 마셔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멍청한 짓을 하거나 꼭 해야할 일을 잊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예요. 음식이 맛있어 한 접시 더 먹는 건 실례가 아니겠죠?"
 
"앤, 네 문제는 말이다, 네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한다는 거야. 앨런 부인의 입장이 되어 어떻게 하면 앨런 부인이 기뻐하고 만족해할지 생각하도록 해라."
 
"맞아요, 아주머니, 제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누구를 만나든 모두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이 기분에 공감하는지. 기분이라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가, 이것은 나의 끝없는 물음이었다. 기분에 따라 요동치는 상태가 때론 싫었기 때문. 기분에 종속되는 상태가 도무지 싫었기 때문. 여기서 나의 성향이 F에 가깝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예전엔 과도한 F성향이었는데 지금은 T성향과 균형을 이루는 신기한 성격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 생각하는 것은, 기분이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는 것. 기분이 좋은 상태에 가깝도록 유지하도록 노력하면서 기분에 종속되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우울할 때는 그것이 도를 넘지 않도록 텐션을 끌어주어야 하고, 너무 텐션이 높을 때는 실수하지 않도록 적절한 우울감을 지워주어야 한다고.

 

 
 
# 앤은 무사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고..
앨런부인을 만나고 온 이야기를 마릴라에게 전한다.

"아, 마릴라 아주머니,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지금까지 살아 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요... 목사관에 도착하니 앨런 사모님이 절 맞아 주었어요. 주름이 풍성하고 소매가 팔꿈치까지 오는 연보라색 아름다운 모슬린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마치 천사 같았어요. 저도 어른이 되면 꼭 목사 부인이 되고 싶어요.... 앨런 사모님은 천성이 착한 사람이에요. 전 그분을 열렬히 사랑해요. 사람들 중에는 매슈 아저씨나 앨런 사모님처럼 별 어려움없이 단번에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리고 린드 아주머니처럼 좋아하려고 아주 많이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 아... 지금까지 살아 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니. 나는 이 고백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아서 거의 외우고 있다. 나에게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여러분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사람들 중에는 별 어려움없이 쉽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주 많이 노력해야 그나마 손톱만큼이라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중요한 건, 앤이 누구든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가치관과도 일치한다. 좀처럼 어려운 사람에게도 나는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요즘 한계를 느낀 일도 있었는데 포기하려다가 반나절만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를 끊임없이 이끌어주는 분이 계셔 얼마나 다행인지..

 

#앨런부인이 앤을 위해 마련한 정성스런 티타임

"목사관엔 다른 친구도 와 있었어요... 우리는 우아하게 차를 마셨고, 전 예절을 꽤 잘 지켰다고 생각해요. 차를 마신 다음엔 앨런 사모님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저도 함께 부르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사모님이 제 목소리가 예쁘다며 주일학교 성가대에 들라는 거예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아주머닌 모르실 거예요. 예전부터 다이애나처럼 주일학교 성가대에서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저한텐 넘볼 수 없는 자리라고 여겼거든요."

 

🌟누군가 나와의 만남을 위해 정성스런 옷차림, 정성스런 식탁을 준비할 때 나는 나에 대한 존중을 고스란히 느끼곤 했다. 그래서 나도 이러한 부분에 신경을 쓰려고 노력한다. 앨런부인의 옷차림과 그녀가 준비한 티타임은 앤에게 존중심을 나타내주었고, 앤도 그러한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다짐했을 것이다. 그러한 영향력을 받은 어린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하여 같은 영향력을 전파할 것이다. 그러니 어른의 위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마 하고 싶지만 넘볼 수 없었기에 말조차 꺼낼 수 없던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 한 사람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끌어내는 사람은 얼마나 큰 선물로 그에게 보답하는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나의 미술선생님은 나의 가능성을 끌어내주었고 많은 친구들 앞에서 나의 작품을 인정하며 칭찬해주었다. 열등감이 많았던 어린 나에게 그것은 대단한 경험이었고,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 나의 가능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 또한 선생님과 같은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끊임없이 사람들에게서 가능성을 읽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 되기를.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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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y Maud Montgomery (1874~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