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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봄, 봄날은 아침🌿
너한테 실망했어 본문
너한테 실망했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절할 것 같았다. 듣고 싶지 않은 말 중에서도 가장 듣기 힘든 말이었다. 실망했다는 건 나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기대를 먹고사는 내게 그 사람의 기대가 꺾였다는 건 매달려 있는 사다리 다리를 걷어차는 것인 걸.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보다 실망했다는 말을 듣는 꿈을 꾼 날의 베개가 더 축축했다. 그런 아침은 온몸이 저릿해서 하루 종일 조심하곤 했다.
어른들에게 혼이 날 때나 친구와 말다툼으로 투덕거리는 동안에도 실망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 순간 뇌가 흔들리고 앞뒤 상황이나 문맥 없이 미안하단 말이 먼저 나온다. 오해가 있다고, 잘잘못을 따지자면 내가 먼저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미뤄두고 실망이란 단어를 듣기 힘들어서 냅다 사과부터 하게 된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이어도 내게 실망했다고 말하면 이 사람이 사실 나를 좋게 보고 있었는데 내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을 시작하는 것이다. 실망이란 두 글자는 불안해서 내가 먼저 스스로 채워버리는 수갑 같았다.
...
나는 학창 시절의 반 이상을 부모님께 잘못한 나는 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허비했다. 그만큼 발전도 더뎠고 부모님께 더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첫 중간고사를 잘 못 봤을 때, 거짓말한 것이 들켰을 때, 입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진로를 다른 방향으로 잡기로 했을 때 모두가 내 모습인데 나는 부정하느라 바빴다. 그런 결과들을 인정하기에 당시의 나는 너무 작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을 때 내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기대에 못 미친 나도 나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잘 나온 사진만 내 얼굴이 아니듯이 기대에 부응한 나만 내가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실수했을 때의 나를 부정하면 앞으로 실망할 일만 있다.
문상훈,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중에서

어릴 때 나는 꼭 이와 같았어. 아무에게도 실망을 주지 않으며 기대에 부응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어.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며 나 자신에게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알지 못한 채..
그때 나는 남에 대한 예의는 차리면서 나에 대한 예의는 없었던 거야. 왜 그랬을까?
타인의 인정은 나의 밥이었어. 나는 그걸 먹고 살아갈 힘을 얻었어.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친구들에게, 또 누군가에게.. 내가 살아있다는 것,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증명받고 싶었나 봐. (그때의 나에게 미안해.)
지금은 다행히도 그렇지 않아. 나는 나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법을 배웠어. 그건 타인에 대한 예의와도 연결돼. 예의라고 말했지만 더 넓게는 인정, 보다 더 넓게는 사랑, 사랑이 아닐까.
누군가 나에게 갖는 기대는 나의 것이 아니야. 그것은 온전히 '가진 사람의 것'이야. 그러니 나의 책임은 아니야. 나는 나다운 인생을 살 거야. 타인의 기대에 맞춘 옷 따위는 입지 않을 거야.
그런 나를 격려해.
-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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