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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어 줄 책

편지

His 제이 2025. 3. 25. 21:04

 
형 있지. 잘 들어. 나는 형을 단 한 번도 이해하지 못 해왔어. 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형이 하는 말에 끄덕여왔던 것도 관성적으로 했던 거야. 그래서 형을 외롭게 두었어. 형이 외로워했던 것도 많이 보이고 그랬는데, 못 본 체했어. 사실 그때 형의 일그러진 표정이나 주저앉은 모습을 보면 길 가던 모르는 사람도 와서 안아줬을 텐데. 그게 두고두고 생각나. 그래서 아주 미치겠어. 내가 후회하지 않으려고 살아오면서 정말 노력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어 형.
 
형 사실 나는 미안한 마음 건너편에 추 올려놓듯이 형을 미워했거든. 형을 생각하는 저울이 미안한 쪽으로 자꾸 기울어져서 안 미안해하려고 억지로 미워했어. 그래야만 덜 미안할 수 있어서. 미안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미안해져서 내가 힘들까 봐. 나 편하자고 그냥 미워하고 말았던 거야. 그게 지금 화나고 아주 죽겠어.
 
형 그렇게 있는 대로 성질 내고 감정 안 숨기고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형을 안 감싸 안지. 그렇게 있는 생각 없는 생각 다 표현하고 그러는데 누가 형을 받아줘. 형도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 라고 했던 말들 있지. 제발 잊었다고 해주라. 그거 형 일기장에서 본 표현이야. 형 그거 형이 먼저 반성하면서 했던 말인데 내가 약점처럼 잡아서 쏘아붙였어. 형도 그거 이미 알고 있었는데 자꾸 형을 구석에 몰아넣었어. 형 알고 지낸 세월 내내 그랬다는게 믿고 싶지도 않고 가슴을 친다. 내가 정말 소원이 있다면 형 내가 한 말 잊고 지냈길 바라는 거야. 그거  내 진심도 아닐뿐더러 형이 그렇게 살았어도 됐었어. 그렇게 해도 안아줄 사람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아니면 나라도 그래야 했었는데 내가 사람들 주도해서 형 미워했어. 형 나 용서할 수 있어? 용서하지마. 용서하지 말아주라.
 
형, 내가 많이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을 제대로 못 해봤어. 아낌없이 할걸. 연인한테 쏟는 마음 반의반만 줬어도 형도 나도 행복했을 텐데. 형 손 한 번 못 잡아봤네. 형한테만 인색했어. 형.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우리 너무 힘들었다 그치. 우리가 싸우면 우리가 제일 아파했을 거면서 왜 그랬을까. 다른 데서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거기에 풀어야 했는데 제일 만만했나 봐. 형 그동안 고생 많았어. 우리 만약 다음이 있다면 그때는 처음부터 많이 사랑할게. 잘 가. 정말 재미있었어 형.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하던 엄마 만나러 가네 좋겠다. 내 안부도 좀 전해드려줘. 궁금하시겠다. 잘 가.
 

- 죽는 날의 문상훈에게

 
 

문상훈,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편지3 중에서

 
 

우리 만약 다음이 있다면
그때는 처음부터 많이 사랑할게

 
 
 
 
 

부탁해요, 당신께.
다음이 아닌 지금 해달라고..
 
처음부터 어그러졌어도 괜찮으니
지금부터라도 해주지 않겠느냐고..
 
사랑.. 그토록 원했던,
그 누구도 아닌 당신으로부터 받길 원했던
그 사랑을 해주지 않겠느냐고..
당신이 알지 못하는 당신의 마음을 대변하여 부탁합니다.
 

 
 
 
 
 
 
 
 

-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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