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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거리로 계산하지 않기

His 제이 2025. 3. 31. 22:44

 

엄마는 나에게 언제나 겪어볼 여유를 줬다. 우리 집은 대체로 뭔가를 강하게 억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많은 것을 경험해 본 다음 나에게 맞는 것, 옳다고 여겨지는 것을 배워갈 수 있었다.
 
스케이트보드 선수 준비를 하다가 발목에 부상을 입었을 때도, 엄마는 진로 변경을 위해 나를 채근하거나 특정 분야를 고집하지 않았다. 대신 나에게 드럼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드럼을 배워보겠냐고 물어본 이유도 전공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하게 에너지를 발산할 겸 새로운 무언가를 접해보라는 의미였다. 
 
엄마는 이런 식으로 내가 안 해본 것들을 잘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옆에서 약간의 길잡이 역할만 해주었다. 나도 성격상 뭘 하기 전에 하나하나 다 물어보는 타입이 아니라, 직접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물어보는 쪽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추구하는 방향이 내 기질과도 잘 맞았다. 감사하다. 친구로 만났다 해도 우리는 서로 잘 맞을 거라는 걸 감지하고,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절친하게 지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엄마는 내게 유쾌한 친구 같은 존재다.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편안하게 만나고 자주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는다. 속내를 가감 없이 말하는 것도 편하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내가 칭찬받을 짓만 하는 아들도 아니고, 그래서 잔소리도 적잖이 들었지만 그때도 그랬다. 엄마에게 숨김없이 속내를 편히 이야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엄마가 내게 경험해 보고 실패할 여유를 주었기 때문일 것이고 둘째,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보다 한참 어린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 그렇게 하는 건 시행착오일 거라고, 이렇게 하는 게 더 빠를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 순간이 많았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오늘도 내 시도를 존중하고 묵묵히 응원해 준다.
 

이창섭, 「적당한 사람」 중에서

 
지름길을 알면서도 한참 걸려 돌아갈 것을 지켜보는 사람, 몸소 겪어 보아야 알기에 지켜보며 응원하는 그 사람의 마음은 진정 ‘사랑’일 것이다.

부모가 이끌어 주고 양육하는 방식이 자녀의 기질과 잘 맞다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친구로 만났다 해도 잘 맞았을 그런 사이란..

내가 부모가 된다면 이런 사람이길 바란다. 아이가 실패할 여유를 주고, 아이의 인격을 존중해 주고 조건 없이 사랑하는 사람. 친구로 만났다 해도 잘 지냈을 그런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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