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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되어 줄 Art/힐링그림

Ω힐링그림책 < 멋진 화요일 > 데이지 므라즈코바

His 제이 2023. 10. 29. 20:10
멋진 화요일 (2015)
데이지 므라즈코바 / 노란상상

 

 

 

 

 

멋진 화요일

화요일이 멋지게 아침을 열었어요.

이른 새벽, 온 세상 하늘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했어요.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작고 예쁜 흰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녔어요.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창문을 열며 말했어요.

"와, 멋진 날이다."

 

화요일은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더 멋진 날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기분이 좋으면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잖아요.

어떤 사람이 좀 착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 마음을 기쁘게 해 주면 돼요. 어렵지 않아요.

 

화요일은 잠시 뒹굴다가 시계를 보더니,

"이런, 날아가야겠네."

하고 말했어요.

다른 날들처럼 화요일도 날아서 흘러갔어요.

세상이 모두 잘 돌아가는지 매의 눈으로 끊임없이 살펴보면서 말예요.

 

 

"모든 곳이 다 멋지게 돌아가고 있나?

아, 저쪽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지?

공원에 앉아 있는 할머니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네..."

 

 

정말로 공원 벤치에 외로이 앉아 있는 할머니가 보였어요.

"아, 못 참겠어!"하고 화요일이 소리치더니 할머니 옆으로 날아가 앉았어요.

 

 

머리가 하얀 할머니는 다리 위에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서 이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 일은 기억했어요.

그것도 생생하게 기억했답니다.

 

"무슨 일 있어요, 할머니?"

"아냐, 아냐."

"별일 아니면 좋겠네요."

"그럼 말해 줄까?"

"어서 들려주세요."

 

할머니는 두 손을 마주 잡더니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내 생일날 우리 엄마가 예쁜 인형을 만들어 준 적이 있어. 엄마는 인형을 만들 줄 알았지. 핑크빛 수가 놓인 파란 옷을 입고 검정 실로 머리를 한 실크 인형이었어. 나는 날씨나 기분에 따라서 파란 천사, 길쭉이, 예쁜 땡글이, 아니면 사랑이라고 불렀단다."

화요일은 할머니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어요.

 

"인형을 오래 갖고 있지는 못했어! 심부름을 갔다가 잃어버렸거든... 장바구니에 빵을 두 개 넣고 그 위에 인형을 놓았는데 오다 보니 없지 뭐야.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찾아봤지만..."

"그때가 화요일이었죠?"

"글쎄, 기억이 잘...."

"맞아요. 곧 기억이 나실 거예요."

 

화요일은 한 손을 잠시 이마에 대고 있다가 뭔가 깜짝 놀라게 해 줄 것처럼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저기 있잖아요, 할머니. 실은 말하면 안 되는 거지만 할머니께는 알려 드릴게요. 혼자만 알고 계셔야 해요!"

할머니는 한숨만 내쉬었어요.

 

"예쁜 땡글이는, 아니면 파란 천사, 길쭉이, 사랑이는 장바구니에서 떨어진 게 아니에요. 할머니 뒤에 오던 남자애가 몰래 인형을 빼 간 거예요."

"아니 그런 못된 놈이!"

 

하더니 할머니는 다시 놀란 얼굴이 되어 소리쳤어요.

"도대체 어떤 녀석이야? 내 불쌍한 인형을 어떻게 했어?"

"걱정 마세요. 그 아이는 잘못했다는 마음이 들어 금세 후회했어요. 보통 남자애들이 일을 저지르고 난 뒤에 그러잖아요. 그 아이는 곧 할머니를 뒤쫓아 갔어요. 집으로 찾아가 담 너머로 인형을 던져 넣으려고 말예요. 하지만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집을 정확히 몰랐거든요. 한 골목을 더 가서 인형을 던진 거예요."

 

"아이고, 저런."

화가 난 할머니가 말했어요.

 

"그 집 마당에는 병을 앓고 난 여자아이가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등에 쿠션을 대고 다리에는 담요를 두르고는 책을 안고 있었어요. 그런데 책을 읽지 않고 어딘가를 바라보면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를 빌고 있었어요. 마음속으로, '셋을 셀 때까지 특별한 일이 일어나면 가서 피아노를 배울 거야, 하나, 둘, 셋.' 하고 생각했어요."

 

"바로 그 순간 사랑이가 담을 넘어 날아온 게구나!"

 

"여자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형을 집어 들었어요. 그러고는 이제는 아프지 않다고 말했어요.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여자아이는 아주 천천히 피아노를 배웠어요. 사랑이를 악보 옆에 놓고 말예요."

 

"아이고, 저런."

할머니가 말했어요.

 

"피아노를 배운 여자아이는 어느 날 연주회를 열었어요. 연주를 어찌나 잘했는지 그것을 듣던 한 아빠의 마음을 울렸어요. 

 

그는 어린 아들에게 긴 편지를 써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들은 아빠와 떨어져 시골 할머니 집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아빠는 편지를 보냈어?"

"예. 아빠로부터 정성 어린 편지를 받은 아들은 정말 기뻐서 나무 위로 기어올라갔어요

 

아들은 참 행복했어요."

"아이고, 저런."

 

"그 아이는 나무에 걸터앉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그때 마차 한 대가 가까이 다가왔어요. 그 시절에는 마차가 다녔거든요. 그리고 하얗고 예쁘게 생긴 소녀가 마차를 멈추라고 말했어요.

 

잠깐만요, 누가 노래하는지 보고 싶어요. 소녀가 남자아이를 보았어요. 그러자 남자아이는 노래를 멈추고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소녀가 불렀지만 나무에서 내려가지는 않았어요.

 

소녀는 다시 마차를 타고 떠났어요. 그 뒤에 소녀는 집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금발머리 남자아이가 커다란 나무에 앉아 있는 모습을요."

 

"그래서 그다음에 어떻게 됐어?"

 

"소녀의 그림은 화랑에 걸렸고 지금까지 70년이 넘게 걸려 있어요. 많은 사람이 그 그림을 봤어요. 얼마 전에도 한 소년이 그 그림을 보면서, 마당에 저런 나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는 집으로 갔어요.

 

'아빠, 우리 집에는 왜 멋진 나무가 없어요?'

'그러게, 어쩌지, 우리 집에는 나무가 없구나!'

아빠가 말했어요.

 

'나무를 심고 싶어요.'

소년이 말했어요.

'하고 싶으면 네가 한번 심어 보겠니?'

 

그래서 소년은 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나무 한 그루를 살 돈이 모일 때까지요."

 

"그래서 소년은 나무를 샀니?"

그때 화요일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맞은편 길을 가리켰어요.

"잘 봐요, 할머니, 저기요, 소년이 나무를 들고 오잖아요!"

 

할머니는 깜짝 놀라 얼른 안경을 썼어요.

"어디 봐, 어디 보자, 정말이네!"

걸어오는 소년의 손에는 갈색 종이로 뿌리를 잘 감싼 어린 나무가 들려 있었어요.

"봤어요? 할머니?"

"응, 응"

 

할머니는 너무 놀라 낮게 중얼거렸어요.

"나무를 든 소년이 좋아하는 모습 보여요?"

"그래, 그런데 사실 사랑이가 없었다면 저 아이가 나무를 갖지 못했겠지, 그치?"

"맞아요. 사랑이가 없었다면 나무를 갖지 못했을 거예요."

 

"도대체 인형은 어떻게 됐니?"

"그것은 말해 드릴 수가 없어요, 할머니. 아시다시피 저는 일주일에 한 번만 세상에 나오니까 세상을 다 알지 못하거든요..."

 

머리를 끄덕이던 할머니는 흐뭇한 표정으로 소년을 쳐다보았어요.

"사실 저 애를 보니.... 사랑이가 계속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 같아..."

"예,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돌아다닐 거예요."

 

화요일이 말했어요.

"세상 모든 게 다 계속 돌고 돌아요. 그런 거예요. 하지만 이 얘기는 어디서도 하시면 안돼요..."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힘차게 말했어요.

"화요일아, 너를 만나서 참 기쁘구나!"

할머니는 천천히 공원을 걸어갔어요.

 

화요일은 할머니가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시계를 보았어요.

"이런, 저녁 하늘이 될 시간이네."

 

화요일은 진한 회색 띠가 줄줄이 그어진 보랏빛 하늘을 펼쳤어요. 회색빛 하늘이 점점 더 짙어지면서 온 세상이 깜깜해졌고 멋진 화요일은 잠이 들었어요.

 

THE END

 

 

🌈


 

 

화요일을 인격화한 이야기가 참 독특하지?

이 책의 주인공은 화요일이야.

 

화요일이 자신의 어린 시절만 기억하는 한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표정은 무척 어두워. 

그 어린시절의 이야기에 슬픔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야.

그런 할머니에게 화요일이 진짜 이야기를 들려줘.

할머니는 알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할머니가 잃어버린 소중한 인형이 누군가에게 기적같은 희망을 주고, 희망을 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면서 70년이라는 세월을 이어져 내려와.

할머니는 슬픔의 자리에서 위로와 기쁨을 발견하게 되지.

 

 

화요일이 말했어요.
"세상 모든 게 다 계속 돌고 돌아요. 그런 거예요."

 

 

우리는 누구에게 유의미한 존재가 되고 있을까. 

우리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그 희망이 또 다른 이에게 희망을 주고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상상해 봐.

참 멋지지 않니!

 

우리가 서로에게 무해한 사람을 넘어,

유익한 사람이 되기를.

그래서 화요일이 받은 인사를 받기 바라며. 😇

 

 "화요일아, 너를 만나서 참 기쁘구나!"

 

 

 

 

 

 

Daisy Mrazkova (체코 1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