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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말하고 싶지 않은 말> 이바라기 노리코

His제이 2024. 3. 19. 07:17

 

말하고 싶지 않은 말

 
 
마음 속에 강한 압력을 가해
남몰래 감춰둔 말
소리 내 말하면
글로 써내면
순식간에 빛이 바래리라
 
그 말로 인해
나 여기 있으나
그 말로 인해
나 살아갈 힘을 얻으나
 
남에게 전하려 하면
너무도 평범해져
결코 전하지 못하리라
그 사람 고유의 기압 내에서만
생명을 얻는 말도 있는 법이다
 
한 자루의 초처럼
격렬히 타올라라 완전히 타버려라
제멋대로
어느 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고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처음 가는 마을」에서

 

《North room, 1932》 Paul Klee

 
소리내어 말하는 순간

글로 써 공개하는 순간
순식간에 바래져 버릴 것 같아서
 
남에게 전하면
너무도 평범해지는,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말이라.
 
그런 말 나에게도 있으니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도록
마음에만 고이 간직하네.
 
언젠가
소리내어 말해도 좋을 날이 온다면
그땐
온 세상이 듣도록 큰소리로 외치리.
 

- J -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のり子 1926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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