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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쉽게 씌어진 시 / 새로운 길 / 자화상> 윤동주 본문

위로가 되어 줄 시

시 <쉽게 씌어진 시 / 새로운 길 / 자화상> 윤동주

His 제이 2023. 2. 17. 08:45

오늘 소개할 시는요,
존경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 세 편이예요.

학교에서 교과서로 접했던 느낌 아닌,

작가의 마음과 생각에 귀를 기울여

나에게 주는 울림을 들어봅니다 :)

출처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에서

 

 

 

 

 

 

쉽게 씌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1942년 6월 3일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1938년 5월 10일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1939년 9월
 
 
 
 
<윤동주 시인에게>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시대처럼 올 아침' 이 독립을 이룬 대한민국이라면,
 
고마워요. 당신이 꿈꾸던 세상에 제가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다른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이 가겠다고 한 길, 그 '새로운 길'을 끝까지 갔듯이 저도 제가 가야할 길,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가야할 그 길을 끝까지 갈게요.

 

훗날 우리가 걸어간 길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래요 :)

 
 
 

 

 

 

 

 

 

 

 

 

정말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