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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한강

His제이 2024. 12. 28. 21:25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하루가 끝나면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둔다
저녁이 식기 전에
나는 퇴근을 한다
 
저녁은 서랍 안에서
식어가고 있지만
나는 퇴근을 한다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서랍에 넣어 둔 저녁은
아직도 따뜻하다
나는 퇴근을 한다
저녁이 식기 전에
 
퇴근을 하면서
저녁을 꺼내어
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
하루의 끝에서
 
퇴근을 하고
서랍에 넣어 둔 저녁을 꺼내면
하루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나는 퇴근을 한다
 
퇴근을 하면서
저녁을 꺼내어
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
하루의 끝에서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에서
Michel delacroix 作




 
 
일상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시.

어쩐지 쓸쓸하고 안쓰러우면서도 잔잔한 희망이 느껴져.
퇴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단어.
그것은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우리의 삶.

그런 우리에게
퇴근 후 먹는 따뜻한 밥 한끼는,
일과 관계에 시달렸던 하루를 달래며
나를 채워주는 의식이 되지.

언젠가,
무한히 반복될 것만 같던 출근과 퇴근이
마침표를 찍는 날
우리는 어떤 저녁을 맞이하게 될까.
 
 
 
 
 
 
 
 

한강 (韓江 197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