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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봄, 봄날은 아침🌿
시 <자화상> 윤동주 본문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1939. 9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중에서
인적도 없는 밤
홀로 걷는 그 사나이를 생각해본다.
우물 속에 펼쳐진 가을이 청명하기만 한데
정작 그가 대면하고 싶었던 것은
그 속에 비친 사나이.
그 사나이를 보러 왔건만
바라보니 밉기만 하고,
외면하니 가여워지고,
다시 바라보니 여전히 밉고,
다시 생각하니 그리워지는 복잡한 마음.
닿기 어려운 이상을 품고 있는 사나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기를 바라나
때로 회피하고 굴복하는 자신이 미워지는 사나이.
아무리 대단하고 고결한 정신으로도
제 능력으로는 그것을 이룰 수 없음을 그는 알까.
주여, 이 사나이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멀리 떨어진 이 시간, 그를 대신하여 기도한다.
윤동주 (1917 ~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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