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봄, 봄날은 아침🌿

시 <첫눈> 노천명 본문

위로가 되어 줄 시

시 <첫눈> 노천명

His 제이 2023. 12. 16. 09:14

 

첫눈❄️

 
은빛 장옷을 길게 끌어
윈 마을을 희게 덮으며
나의 신부가
이 아침에 왔습니다.
 
사뿐사뿐 걸어
내 비위에 맞게 조용히 들어왔습니다.
 
오래간만에
내 마음은 
오늘 노래를 부릅니다.
 
자 - 잔들을 높이 드시오.
빨 - 간 포도주를
내가 철철 넘게 치겠소
 
이 좋은 아침
우리들은 다같이 아름다운 생각을 합시다.
 
종도 꾸짖지 맙시다.
애기들도 울리지 맙시다.
 
노천명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一月 「오래간만에 내 마음은」중에서

 

《Eglise, Rue Montalant Sous La Neige A Marizy Sainte-Genevieve (Asine)》 Maurice Utrillo

 


은빛 드레스로 온 마을을 희게 덮으며 찾아온 신부.
발랄하고 조용히 내 마음에 들어와 기쁨으로 가득 채우네. 축제, 축제로구나!

🌨️
어제 첫눈이 내렸어.
내심 기다렸는데 드디어.
 
어릴 때 첫눈이 올 때면 기민한 누군가 외쳐주던 기억이 나.
학교에 있을 때는 같은 반 친구가 그랬고,
집에 있을 때는 아빠와 동생이.
 
눈이 온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기쁘고 설렜던지.
안그랬던 적이 없어.
아이들은 천성이 그런 것 같아.
 
온 세상이 하얗게 덮힌 풍경, 그 고요함.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닌 것 같은 낯설음에
멍하니 바라보다 감탄하곤 했어.
 
어른이 되어 바라보니
은빛 옷으로 가득 덮힌 세상에서 만큼은
아름다운 것, 추한 것, 깨끗한 것, 더러운 것 구분이 없는 듯해.
 
보이는 것 모두 아름다워.

이 좋은 아침,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려진 선물에 감사하며😇

 

 - J -

 

 

 

 

 

 

노천명(盧天命1912~1957)

'위로가 되어 줄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눈 밤> 심훈  (2) 2023.12.21
시 < 꽃밭에서 > 이해인  (0) 2023.12.19
시 <햇살> 이경선  (0) 2023.12.14
시 <비가 전하는 말> 이해인  (0) 2023.12.12
시 < 초겨울 > 교라이  (0) 2023.12.10